사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실험이고, 저자의 결론도 명쾌하다. 아기들은 생후 1년이 되기 이전에 이미, 가장 단순한 형태의 선한 행위와 악한 행위를 구분할 줄 알고, 대다수가 선한 행위 쪽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실제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 가운데는 그렇게 단순하게 선악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들도 잔뜩 있기에, 아기들의 행동에서 발견된 결과를 지나치게 확대해석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실험 결과는 책에서 묻는 “도덕은 타고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소위 진화심리학의 상투적인 표현(어떤 것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은 생존을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존재론과 정의론의 기괴한 융합)을 사용해 가며, 어떻게든 (입증되지도, 관찰된 적도 없는) 과거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하며 이어져 온 진화적 생존 적응설을 꺼내지만, 애초에 그런 설명을 할 거라면 굳이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필요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연구의 방법론은 신박하긴 했지만, 선악이 무엇인지를 묻기에 아기들은 그리 적합한 스승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