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대부분은 구약 성경 속 죄의 개념을 연대순으로 훑어보면서, 저자의 주장을 입증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의 설명만 보면 정말로 구약 내에도 이미 이런 종류의 변화가 일어났던 것처럼 보인다. 다만 저자는 이 작업에 본문비평을 끌어다 오는데, 본문비평이 가지고 있는 기준의 모호함이라는 부분은 짚어둘 만하다(솔직히 말하면 본문비평의 주장들 상당부분은 이렇게도 가능하고 저렇게도 설명이 가능한 것들이다).
예컨대 저자는 창세기에 있는 내용도 죄를 빚으로 묘사하는 구절은 상당히 후대에 편집된 부분으로 여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보면 그냥 죄를 빚으로 묘사하는 건 후대의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이전 시기의 것이라는, 임의적인 구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즉 같은 책이라도 일부는 앞선 시대, 또 일부는 후대의 것 하는 식으로 구약 성경 전체를 파편화해버린다.
한편 죄의 개념에 대한 이런 변화는 자연히 그 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죄가 빚이 된 이상, 그 빚은 채무자가 갚아야 할 무엇이 된다. 여기서 유대인들의 포로생활은 이 빚을 갚는 기간이라는 개념이 나오고(예레미야나 역대기, 다니엘), 또 한편으로는 선행을 통해 하나님의 장부에 기록된 자신의 죄의 값을 줄여나간다는 개념 또한 나오게 된다(이 개념은 중세에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성경 시대에도, 예컨대 단4:27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건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에게 선행(혹은 자선)이 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졌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유대인들은 재산 중 얼마만큼을 여기에서 사용하는 게 좋을 지에 관한 나름의 기준에 관한 전승도 존재했고(처음에는 재산의 1/5, 이후에는 나머지 재산의 이자수익의 1/5), 이건 하나님의 장부에서 빚을 지우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