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말한다. 우리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사랑, 우정, 존경, 가족, 지위, 재미)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이고, 어떤 것에 가격을 매길 수 없다면 그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통계에 따르면 어느 정도의 수입 증가는 행복감을 늘려주지만, 연간 약 1만 달러의 수입을 전후해서 그 효용감은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즉 돈은 행복의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말이다. 자연스러운 결론으로 저자는 우리가 물질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좀 더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 감사와 용서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심리적인 해결책만 제시하는 건 아니다. 책의 후반 두 장 정도는 최저임금을 좀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대기업 CEO들이 악랄한 한탕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도 보인다. 또, 국제적인 관계에서는 이른바 공정무역이나 저개발국가에 대한 관세 인하 같은 정책의 필요성도 주장한다. 물론 이 부분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비판과 지적이긴 한데,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약간 이질적이라는 느낌도 준다.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의 지면을 심리적인 것에 할애해 왔으니까 말이다.
“진보의 역설”이라는 책의 제목은, 경제적으로는 분명 크게 상황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진보 때문에 사람들이 오히려 불행을 느낀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발전을 하려고 하는 걸까? 어떻게 보면 이 문제는 물질적인 것에만 지나치게 집착해 온, 물질이 전부라고 생각해 온 지난 한 세기 인류의 주류적 사고가 낳은 부작용일 지도 모르겠다. 다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질적인 차원에만 집중하는 건(물론 우리는 물질적인 번영도 필요하다) 최종적인 답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