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사람이 많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니까. 가난한 집안의 아홉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던 카뮈는 건강 상의 문제로 교수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신문 기자 생활을 했는데, 이 책은 그가 기자 생활을 하던 시절 썼던 열한 편의 기사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책 제목에도 나오는 카빌리는 20세기 초반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한 지역의 이름이다. 변변한 자원도 없고, 무엇보다 식량부터가 부족한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삶을 옆에서 취재하면서 생생한 어조로 그 비참함을 묘사한다.
하지만 이 묘사는 선정적이지 않다. 흔히 빈곤 포르노라고 부르는, 가난을 일종의 시선을 끌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대신 작가의 글에는 분노가 배어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멍청한 정책들, 사려 깊지 못한 행정 담당자들, 그리고 곳곳에 숨어 있는 부패와 불합리한 규제들이 그 분노의 대상이다.
식민지에서 재배되는 작물에 대한 적절한 가격을 매기지 않는 당국, 산림법으로 땔감조차 채집하지 못하게 막는 당국, 바닥에 떨어진 죽은 나뭇가지를 숯으로 만들어 팔려고 나갔다가 판매 허가를 못 받았다고 모든 걸 압류 당하는 농민들, 심지어 공공사업에 참여해 받은 쥐꼬리만 한 보수에서 밀린 세금부터 원천징수해 뺏는 빌어먹을 관행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