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도널드 밀러는 두 번째 모델에 가깝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오랜 방황의 시기를 거쳤으며, 히피와 무신론자들과 어울려 지냈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그 과정에서도 계속 기독교 신앙 언저리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세상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그 원인이 자기(그리고 사람)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가 오셨고, 그분과의 바른 관계를 맺는 것이 열쇠라는 것도 결국 인정했다.
작가에게는 행운도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교회를 만날 수 있었다. 재정을 교회 자신보다 세상을 위해 사용하는 공동체와 조금은 평범하지 않는 주인공의 신앙 여정을 이해해 주는 친구인 목회자를 만났다.
작가는 차례차례 계단을 올라가는 신앙 성장의 길을 따라 걷지 않는다. 책 제목에도 적혀 있는 “재즈처럼”, 그의 신앙 여정은 연주자 본인만 다음에 어떤 멜로디와 리듬이 나올지 아는, 아니 때로는 그 자신도 정확히 그 끝이 어떨지를 모르는 그런 모습이다. 그래서 여기에 나온 신앙여정은 다른 사람에게 본이나 안내로 제시해 줄 무엇은 아니다.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일 뿐.
하지만 그런 조금은 다른 모습의 신앙 여정이 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독교 신앙에 관한 스테레오타입을 깨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책에도 여러 차례 언급되는, 공화당(과 그들이 일으킨 전쟁)을 지지하고, 자유주의자들과 게이를 적대시하는 게 기독교의 유일한 모습은 아니다. 기독교 신앙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신앙전통 안에 있는 내가 보기에) 약간 우려스러운 부분은, 역시 작가에게서 보이는 정통 교리를 조금은 가볍게 여기는 태도다. 그런 것 없이도 얼마든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고, 오히려 그게 없을 때 뭔가 더 유익하다는 뉘앙스.
물론 우리는 교리를 통해서 구원을 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C. S. 루이스가 말한 것처럼 교리는 일종의 난간으로, 우리가 계단을 오를 때 위험하게 떨어지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저층에서 오르내릴 때에야 난간이 굳이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훨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난간을 무시하는 건 만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