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부터 수도원 전통이라는 조금은 의아한 예를 끄집어 든다. 하나님의 도성과 세상의 도시를 완전히 분리시키고,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그들만의 공간인 수도원을 만드는 전통과 세속 도시에로의 참여라는 주제가 어떻게 연결된다는 걸까? 저자는 언뜻 이런 전통들이 신앙과 세상의 완전한 분리를 말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세속 사회에 대한 강력한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런데 이 부분에 썩 크게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기독교의 사회 참여, 그리고 도시라는 상징적인 공간이 성경과 기독교 전통 안에서 결코 소외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고대와 중세 수도원 전통을 도시로의 참여와 연결 짓거나, 아우구스티누스의 “두 도시(도성)”를 반어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과연 그 좋은 해석일까? 그저 현대의 관점을 지나치게 고대에 이입시키는 시대착오적 이론은 아닐까도 싶고.
물론 앞선 시대의 기독교인들이 도시나 세상에 관해 그런 약간은 분리적인 생각을 했다고 해서 그들이 실제로 완전히 분리된 삶을 살 수 있었다거나, 오늘 우리도 그런 고립주의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또, 근대에 이르러 새롭게 강조되어 왔던 것처럼 사실 성경 속 다양한 이야기들은 세상에로의 적극적인 차며를 독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그걸 너무 억지로 작업하지는 말자는 것.
책의 2부는 약간 어렵다. 주로 철학이 물씬 묻어나오는 신학적 고찰들인데, 장소, 공간, 공동체 같은 주제들에 대한 검토다. 이런 검토를 마친 뒤 결국 저자가 하려는 말은 ‘공동선’에 대한 강조, 기독교인들 또한 이를 위해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인 듯하다.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고 따로 부정할 만한 게 없는 이야기.
다만 이런 당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맥락에서 좀 더 설명해 주기를 바랐는데, 책은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살짝 아쉬운 부분. 그리고 기독교의 사회 참여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는 하려는데 이 책은 지나치게 어렵다. 그게 어디 소수의 엘리트 학자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