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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찾아가는 여정 - C. S. 루이스와 필립 얀시의
김병제 지음 / 서로사랑 / 2012년 6월
평점 :
표지에서부터 C. S. 루이스라는 이름이 들어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도 처음 보고, 저자의 이름도 눈에 익지 않았지만,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절판되면 큰일이니까. 루이스 애호가로서, 오히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에서, 나온 지도 오래된 책들은 금세 절판될 가능성이 높은 레어템이기도 하다.
사실 책 표지에는 C. S. 루이스와 함께 또 한 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필립 얀시다. 그리 많은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어떤 느낌의 글을 쓰는지는 익히 알려져 있는 작가다. 책은 이 두 사람의 글을 상당히 많이 인용하면서(그래도 루이스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 여기까지는 좋은 시도다. 루이스와 얀시 사이에는 분명한 논리 전개 방식의 차이도 있고, 하지만 또 상반되는 저자들은 아니기에 이 둘을 잘 설명하고 요약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실제로 저자는 몇몇 주요 작품들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글에 담긴 의미를 다양한 개인적인 비유까지 사용하면서 잘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책이 좀처럼 읽히지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루이스에 관한, 루이스의 말과 글이 잔뜩 등장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책의 구성 문제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고, 각각 세상과 신앙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따라 구분되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읽다 보면 앞에서 나왔던 얘기가 뒤에서 또 발견되고 하는 경우가 잦다. 고통이라는 주제는 세상을 이해하는 키워드이기도 하지만, 신앙을 설명하는 데도 빼놓을 수 없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하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게 단지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말이냐면, 저자 소개를 보면 여러 교회에서 C. S. 루이스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쩌면 이 책은 그렇게 여러 번의 강의안을 모아서 엮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각각의 강의에서는 새롭게 언급되는 주제지만, 이렇게 하나의 책으로 묶어버리면 반복의 반복이 되는 셈. 이렇게 묶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글을 덜어내고 좀 더 깔끔하게 구성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역설적으로 저자의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 때문인 것 같다. 책 서문이나 추천사에 언급되어 있듯, 저자는 루이스의 글을 알기 쉽게 설명하겠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이는데, 물론 그 작업을 열심히 잘 해냈다. 그런데 루이스의 글에 익숙하고 그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글을 풀어놓음으로써 루이스 특유의 논리구성이나, 여운이 있는 표현들이 오히려 가려지는 느낌을 받는다.
루이스의 주요한 책들, “순전한 기독교”와 “고통의 문제”, 그리고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자주 인용된다. 이 외에도 파스칼이나 다른 저자들의 글도 종종 눈에 띄고. 그러고 보면 루이스의 사상을 설명한다기보다는 자신이 설명하려는 주제를 위해 루이스의 글을 자주 인용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분명 책의 내용도, 루이스에 관한 해석과 설명도 나쁘지 않은데 잘 안 읽히는 경험.. 이것저것 많이 말하는 것보다 핵심을 정확하게 집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초신자에게 권하기엔 너무 두꺼운 책이 되었고, 루이스의 팬에게 추천하기엔 루이스의 느낌이 옅어진 책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역시 책을 읽다보면, 루이스의 책들을 다시 한 번 펴봐야겠다는 생각이 잔뜩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