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교육의 역사
후스토 곤잘레스 지음, 김태형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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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형 교단의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4년제 정규 학사 학위(전공은 따지지 않는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2(감리교의 경우), 혹은 3년제 신학대학원을 졸업해야 한다졸업 후에는 교단에서 주관하는 소정의 시험에 합격할 것이 요구된다이후 몇 년 간의 일종의 수습 기간을 거친 후 목사라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교육부 인가를 받은 상태로 진행된다물론 규모가 작은 교단 같은 경우에는 이런 정규교육과정이 아닌 좀 더 간략화 된 과정을 통해서 목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도 하다전국에 수많은 소규모 ‘(교육부비인가 신학교가 존재하기도 하고내가 다녔던 학교에서도 정규 대학원 과정 이외에 (아마도 등록금 수입을 위해서)비인가 목사교육 과정이 동시에 존재하기도 했다심지어 몇몇 소규모 교단에서는 ‘(방송)통신과정을 통해서도 목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신학교육 과정은 언제부터 존재했던 걸까교회사와 관련해 흥미로운 책을 많이 써내고 있는 후스토 곤잘레스가이 익숙하지만 제대로 해 본적 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역사적으로 추적해 낸다.





저자에 따르면 교회는 매우 오랫동안 정규적인 신학교육 과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무려 15세기 동안 그랬다초기 기독교 시기에는 교회의 지도자가 되거나 성직자가 되는 데 필요한 신학교육기관이 당연히 없었다그 시절에는 새롭게 교회에 가입하는 사람들을 위한 예비 세례자 교육만이 있었다그런 교육과정은 종종 몇 년씩 걸리기도 했다고 한다.


상황이 바뀐 건콘스탄티누스가 로마의 기독교화를 시작했을 때부터였다갑자기 엄청난 사람들이 이들이 교회로 몰려들면서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충분한 교사와 시간이 부족해져버렸다몇 년씩 걸리던 세례교육과정은 점점 짧아져서 몇 주로 단축되었고일단 세례를 받고 서서히 기독교인의 자격과 지식을 갖출 것을 기대했다.


야만족들이라고 불렸던 게르만족이 서유럽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상황은 조금 더 변했다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교회의 성직자들만 남게 되면서그들은 게르만족 왕궁에서 관료로 활동했고한편으로 수도원 등을 중심으로 학문(신학과 철학)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전통이 나타나기도 했다이전 시대 모든 이들에게 권장되던 신학교육이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변했다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대학이라는 기관으로 발전한다.


종교개혁의 파도가 몰려들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변화를 맞이하는데비로소 신학교육을 위한 교육기관이 만들어진 것이다이전 시대 제대로 된 신학교육 없이 예배와 목회직을 맡았던 이들이 일으킨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동시에 프로테스탄트와 로마가톨릭 진영에서 서로에 대한 신학적 공격과 방어를 위한 지식인을 양성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는 것.





긴 역사를 하나의 주제로 엮어내는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하나하나 탐색하면서 읽어볼 만한 내용이 잔뜩 있다그런데 이 책의 진가는 책의 마지막 두 장에 있는 것 같다저자는 역사적인 검토를 마친 후오늘날 신학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간략하게 분석한다고작 두 장에 걸친 고찰이지만신학교 현직에 있는 사람답게 그 안에 담긴 문제를 날카롭게 끄집어낸다.


오늘날 신학교의 교육은 단지 기능적인 차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신학 교육이 한 사람의 신앙과 그가 앞으로 사역자로 해 내야 할 직무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무엇보다 신학교 교육이 교회 현장과 유리되면서 이런 경향은 가속되고 있고단지 목사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 양산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식의 정규 신학교육이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실제로 미국 유슈의 신학교들은 아시안계 유학생들이 없다면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처해있기도 하다이런 상황은 이미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서 신학교 지원자수의 급격한 감소로 나타난지 오래다.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그래봤다 전체 기독교 역사의 1/6 정도 기간 동안 유지되었던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쉽지 않은 일이고안타깝지만 잘 될지 확신하기도 쉽지 않고교단과 교계의 기득권층으로 꽉 들어찬 신학교는 마지막 순간 어쩔 수 없어 등 떠밀릴 때까지 버틸 것처럼 보이니까.


기독교 신학교육의 어제와 오늘을 훌륭하게 정리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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