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영화는 해방 전후를 배경으로 벌어진 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주인공 석진(고수)은 마술사로우연히 만난 여인 하연(임화영)과 함께 공연을 하다가 결국 결혼에 이른다어느 날 하연이 숨기고 있던 비밀(지폐 동판)을 발견하고그녀를 쫓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다결국 살해되고 만 아내의 복수를 위해사건의 원흉인 남도진(김주혁)을 고생 끝에 찾아냈고그의 운전기사로 취직하며 틈을 노리다 복수에 나선다는 스토리.


복수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재도 없을 것 같다또 다른 중요한 동기는 사랑인데아무래도 이쪽은 조금 더 감정적인 측면이 강한 데 반해복수는 감정 이외에도 정의의 실현이라는 또 다른 감각을 만족시켜주기도 하니까물론 모든 복수가 그런 건 아니고억울한 일을 경험했지만 누구도 그가 겪은 부정의를 해소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약자인 경우가 그렇다이 영화는 이쪽인 편.


하지만 단순히 당한 대로 돌려준다는 식의 복수는 지나치게 원초적이다. ‘작품은 이 복수의 과정을 좀 더 효과적이면서정의로운 방식으로 수행한다물론 그 과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면 흥미가 반감되겠지만괜찮은 구성을 할 줄 아는 작가와 감독이라면 이 과정을 개연성 있게동시에 정당한 통쾌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이 영화가 그랬다.






반전.

사실 영화의 초반부터 반전을 깔고 들어간다한 저택에 뛰어 들어간 형사는 그곳에서 총을 들고 있는 사내를 발견한다그리고 장면은 재판정으로 옮겨져서 살인사건의 재판이 진행된다영화는 현재의 재판장면과 과거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주는데어느 정도 내용을 파악한 후에는 당연히 그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 복수에 나선 석진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다 피고의 얼굴이 확인된 순간 딱그는 도진이었다아 실패했나.


도진은 손가락밖에 남지 않은 살인사건의 재판을 받고 있었고검사와 변호사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당연히 현재와 같은 DNA 검사 같은 기법이 없었던 그 시절최대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혈액형 정도였고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도진의 범죄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아보였다.


그렇게 재판 전망이 어두워질 무렵검사측에서 결정적인 증인을 내세운다그리고 보이는 얼굴은 석진이었다두 번째 반전석진은 교묘한 방식으로 도진이 자신을 죽인 것으로 꾸몄고자신은 다른 사람인 척 나섰던 것결국 그는 직접 그를 죽이는 대신도진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음으로써 복수했던 것이었다통쾌한 반전이다.






원작.

영화 머리에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원작을 소개하는 자막이 언뜻 지나간다빌 벨리저의 소설인 이와 손톱이라는 작품읽어본 작품은 아니지만꽤 흥미롭게 진행되는 추리소설인 것 같다원작이 탄탄하게 받쳐주니 배우들의 연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된다이름값 있는 배우들을 잔뜩 등장시켜놓고 허술한 이야기로 망가뜨리는 영화도 적지 않으니까.


1955년에 나왔던 작품이다 보니 확실히 요새 나온 소설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전적인 추리소설들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랄까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꽤나 추리소설을 읽어왔기에 이런 작품들이 주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만나면 살짝 설레기도 한다.


원작을 제법 우리나라의 배경에 잘 옮겨온 영화였다개봉 당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뭐 나처럼 뒤늦게라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으니 부디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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