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영화는 해방 전후를 배경으로 벌어진 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석진(고수)은 마술사로, 우연히 만난 여인 하연(임화영)과 함께 공연을 하다가 결국 결혼에 이른다. 어느 날 하연이 숨기고 있던 비밀(지폐 동판)을 발견하고, 그녀를 쫓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살해되고 만 아내의 복수를 위해, 사건의 원흉인 남도진(김주혁)을 고생 끝에 찾아냈고, 그의 운전기사로 취직하며 틈을 노리다 복수에 나선다는 스토리.
복수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재도 없을 것 같다. 또 다른 중요한 동기는 ‘사랑’인데, 아무래도 이쪽은 조금 더 감정적인 측면이 강한 데 반해, 복수는 감정 이외에도 ‘정의의 실현’이라는 또 다른 감각을 만족시켜주기도 하니까. 물론 모든 복수가 그런 건 아니고, 억울한 일을 경험했지만 누구도 그가 겪은 부정의를 해소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약자인 경우가 그렇다. 이 영화는 이쪽인 편.
하지만 단순히 당한 대로 돌려준다는 식의 복수는 지나치게 원초적이다. ‘작품’은 이 복수의 과정을 좀 더 효과적이면서, 정의로운 방식으로 수행한다. 물론 그 과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면 흥미가 반감되겠지만, 괜찮은 구성을 할 줄 아는 작가와 감독이라면 이 과정을 개연성 있게, 동시에 정당한 통쾌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 영화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