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같은 소리 하네 - 과학의 탈을 쓴 정치인들의 헛소리와 거짓말
데이브 레비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책의 부제가 과학의 탈을 쓴 정치인들의 헛소리와 거짓말이다저자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략적 목적을 위해 과학을 멋대로 인용하는 행태를 그 유형에 따라 구분해 정리하고 있다복잡한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들거나(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이 생략되거나 왜곡된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들만 모아서 이론을 만들거나겉으로는 칭찬을 늘어놓으면서 뒤로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방식.


그 외에도 공적인 자리에서 내뱉은 주장의 근거가 고작 비전문가적 블로그라거나(우리나라의 경우 편향되거나 특정한 사정기관/정치세력과 유착된 일부 유사언론 보도를 가져오는 식의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좁은 문자주의적 해석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거나(예를 들면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물질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넣은 것은 아니라는 식의),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니 섣부른(?) 행동을 하지 말자는 식으로 넘어가는 일 등은 오늘날에도 쉽게 볼 수 있는 꼼수다.



미국을 배경으로 쓰인 이 책에서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과학을 오용하는 선동을 남발하는 정치세력은 대개 공화당 쪽이다남북전쟁을 승리하고 노예 해방 선언을 한 링컨의 정당이 오늘날 고작 음모론에 뿌리를 박은 채 기득권 옹호에만 열을 내고 있는 현실이 퍽 안쓰럽다.


정당의 존재 목적이 단순히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고 정의하는 3류 정치인들이 넘쳐나는 현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학의 오래된 격언이 정치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일지도 모르겠다정당은 고작 권력을 잡아서 휘두르려는 게 아니라국민의 일반의 삶을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한(물론 그 정의와 수단에 대해서는 치열한 다툼이 있겠지만좀 더 나은 비전을 향해 움직이는 결사체여야 할 텐데 말이다.



우리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치는 과학이지만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영역에 막연한 두려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이란 뱀이나 곰을 만났을 때와는 다른수학에 대한 두려움과 비슷한 느낌이다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니누가 그 부분을 가지고 뭐라고 하면 금세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다어차피 들어도 모르는 내용이니 전문가를 따라가자는 식일까.


물론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모르는 것 투성이일 것이다바쁜 삶을 살면서 그런 영역까지 모두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무리고다만 과학의 가장 기초적인 원리인 합리성을 가지고 나름의 검증을 시도해 보는 건 필수적일 것 같다코로나19 백신 음모론이나텔레비전의 생활정보프로그램을 빙자한 건강보조식품 광고에 선동당하지 않는 건 우리의 건강과 지갑 사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니까.


이 책의 주장에 100% 동의하는 건 아니다일부 영역은 사실 과학이라기 보다는 가치판단이나 윤리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저자와 입장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연구가 무한정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연구윤리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에는 늘 빠져나갈 구멍이 있고규정이라는 건 빈틈을 완전히 메울 수 없기도 하고예컨대 인간의 생체조직을 이용한 산업적 활용은 처음엔 지방 같은 단순한 부산물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곧 배아세포로 옮겨졌고그보다 더 나아가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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