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동아리.


꽤 오래 전에 이런 이름의 동아리들이 있었던 것 같긴 하다. 내가 다녔던 대학에는 없었지만, 소위 밀레니엄 세대들의 뻘짓이야 유명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의 경우 IMF 시대를 거치긴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 풍요롭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의 혜택을 물씬 받았던 이들. 모뎀을 통한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면서 가끔 이상한 데 꽂히기도 했던 그들.


미스터리한 심령현상을 무슨 기계로 쫓아다니겠다는 소리도 그 시절에는 흔하게 들렸었다. 과학과 심령술을 억지로 꿰맨 이 영화 속 주요 소재도 그런 차원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키치’처럼 보이기도 하다. 뭐 대체로 핑계 김에 친구, 선후배들과 몰려다니면서 술판이나 벌이려는 얄팍한 속셈으로 모인 애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나름 낭만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요샌 고등학교에서부터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스펙 쌓기 동아리가 유행이고,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 동아리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이라니까. 뭐 그래도 여전히 어디든 온갖 구실을 들먹이며 딴짓에 눈이 팔린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


영화 소개 사이트를 보면 원작 웹툰이 존재하고, 그 웹툰의 경우 “사운드 효과, 갑툭튀 효과 등 공포적인 장치 없이 오로지 흥미로운 이야기만으로 네티즌들을 사로잡은 작품”이라는 소개가 붙어있다. 뭐 웹툰에 사운드 효과가 없는 건 당연하고, 갑자기 툭 뭔가가 튀어나온다는 의미의 ‘갑툭튀’역시 제한된 카메라 앵글 안쪽만 볼 수 있는 영화에서나 통하는 이야기다. 애초에 스크롤을 하면서 보는 웹툰에서 무슨 갑툭튀가 가능할까.


허술한 영화 소개글처럼, 영화 자체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나름 주연을 맡은 정은지의 어색한 연기력은 둘째로 치고(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력도 그냥저냥이긴 마찬가지), 원작웹툰에는 없었다는 사운드 효과와 갑툭튀로만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짜내려고 하는 제작진의 상상력도 빈곤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인물들이 지니는 서사도 부족하고, ‘얘네는 하릴 없이 여기 와서 왜 이 짓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공포영화의 경우 특수효과보다 오히려 연기력이나 캐릭터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편인데, 이 영화의 경우는 어느 것 하나 볼만한 게 없다. 심지어 영화 속 폐가의 귀신의 사연이라도 좀 더 제대로 묘사했다면(지나가듯 언급은 된다) 조금은 몰입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젊은 꼰대.


동아리 회원 중 한 남자 캐릭터가 있다. 성격에 좀 결핍이 있는 인물인데, 자신이 짝사랑 하는 동기가 동아리 회장과 사귀는 걸 알고 혼자 씩씩대다가, 귀신에 들려있는 그 여자 동기를 겁탈하려다 결국 귀신에게 비참하게 죽는 역이다.


시종일관 딱딱하다. 동아리에 새로 들어온 후배에게는 선배인 티를 못 내 안달이고, 사람이 죽은 폐가에 가서 술 쳐마시려는 걸 알아챈 동네 슈퍼 주인이 한 마디 하자 그걸 또 곱게 못 넘기고 꼰대티를 낸다며 욕을 해댄다. 그런데 정작 술판의 진행이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후배들을 잡는 꼰대는 자기 자신이었다는 거.


나이가 많다고 꼰대가 되는 게 아니고, 나이가 적다고 생각도 젊은 게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청년들의 보수화가 하나의 트렌드라고 하는데, 보수주의 정당, 심지어 극우정당이 득세하는 데는 이런 보수화된 청년들의 힘이 컸다. 흥미로운 건 그들이 그렇게 하는 걸 기성 세대에 대한 반발, 혹은 반대의 메시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물론 정치적 견해야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일상 가운데서 실천은 안 되면서 입으로만 나불댄다는 것. 영화 속 젊은 꼰대처럼 자기가 하는 꼴은 못 보면서 남을 지적만 하는 거야 말로 꼴불견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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