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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스 정의론 -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원칙 ㅣ 리더스 클래식
황경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7월
평점 :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꽤 자주 언급되었던 철학자가 존 롤스였다. 우리가 어떤 재능이나 유산, 사회적 환경에서 태어날지를 모른다는 가정 아래, 어떤 사회 체제와 제도가 가장 합당할 것인가를 추론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내가 노예로 태어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노예제가 존재하는 체제를 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약자들이 함부로 여겨지는 사회 역시 많은 공감을 받기는 어렵다. 롤스는 그렇게 “무지의 베일”을 쓴 채로 합의를 이루는 체제가 ‘정의로운 체제’에 가까울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 책은 그런 롤스의 정의론에 대한 안내서이다. 제목이 『존 롤스 정의론』인데, 생각해 보니 중의적인 의미도 있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롤스의 『정의론』을 요약, 설명해주는 내용이기도 한데, 또 꼭 『정의론』의 내용만 말하는 게 아니라, 롤스가 다른 책들에서 표명했던 그의 “정의론”을 두루 종합하고 있기도 하니까.
두꺼운 책을 이런 식으로 짧게 잘 요약해 주는 건 감사한 일이다. 요새 읽어야 할 책들이 얼마나 많이 쌓이고 있는지, 잘만 정리되었다면 이런 작업만큼 좋은 일도 없다. 물론 더 진지한 관심이 생긴다면 원전을 찾아 읽어보면 되는 거고. 어렵고 많은 내용을 잘 정리해 내는 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다.
샌델의 최근작인 『공정하다는 착각』의 주된 기초 중 하나도, 개인이 타고난 자질과 재능(특히 지능)이 온전히 개인의 공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현실 세계에서는 그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라는 개소리가 부끄러움 없이 내뱉어지는 세상이니까.
그렇다면 이를 실제로 구현할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세금이든 뭐든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이니 또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언뜻 준혁명 같은 일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까.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태초부터 그랬던 것처럼 여기는 수많은 제도와 원칙들 또한 실제로는 비교적 최근 생겨난 것들이 적지 않으니, 조금은 기대를 해도 될까.
원전을 읽기 전 먼저 읽어볼 만한 괜찮은 가이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