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아흐메트 알탄 지음, 고영범 옮김 / 알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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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터키에서 대통령인 에르도안을 끌어내리기 위한 쿠데타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일은 실패로 끝났고, 에르도안은 자신의 정적들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의심스럽거나, 아니면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감옥에 가두어버렸다.


이 책의 저자인 아흐메트 알탄은 그 때 잡혀 들어간 터기 작가다. 사실 그는 소설로 유명했고, 그가 잡혀간 죄목은 처음부터 어이가 없는 수준의 증거도 없는 것이었지만 독재자가 통치하는 국가가 대체로 그렇듯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죄목이란 게 방송에 나가서 반정부세력에게 비밀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었는데, 그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보냈는지 등은 전혀 소명되지 않았다.


몇 주의 구금 후 받은 첫 재판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던 알탄은, 얼마 후 곧 다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우리나라의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에 흔했던 어용재판의 결과였는데, 이 책은 그가 갇혀 있는 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편지로 옮긴 것을 밖에서 엮어 낸 것이다.



작가라는 버릇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건지 그 안에서도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문장을 만들어 내고, 유머를 짜낸다. 마치 그게 작가가 가진 특권이자, 누구도 뺏을 수 없는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전반적으로 갇혀 있는 것, 즉, 자유를 제한당하고, 신체가 구속되어 있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라는 정서가 두드러진다. 당연한 일일 거다. 군대에만 가도 그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엄청난데, 하물며 감옥이라면 어떨까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가 뒤집어 쓴 죄목이라는 게 반역죄 비슷한 것이고, 검사도, 판사도 공정한 재판 따위는 안중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


감옥 안에는 없는 게 참 많다. 그곳에는 거울이 없고, 시계가 없다. 모두 현재 자신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를 체감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한 구조다. 그렇게 서서히 사람을 안으로부터 무너뜨리면 결국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으니까.



사실 글 자체가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그런 것들은 아니었다. 탁월한 해학을 담아내거나, 깊고 날카로운 통찰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작가가 처한 상황에 대한 동정, 공감이 읽는 동안 좀 더 큰 정서였던 것 같다.


다시는 어디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없는 간첩을 증거까지 조작하며 기소했다가 들통이 나도 도리어 청와대로 영전하는 나라에서 썩 안심이 되지는 않는다. 이 책의 작가야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개 탄원 등으로 결국 석방되었다고 하지만, 그런 이름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그런 은혜가 내려올 것 같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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