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관 3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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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책의 주인공은 단연 술라다소시오패스끼가 다분한 술라라는 인물은마침내 로마의 집정관이라는 자리에 올랐고이탈리아 동맹시들과의 전쟁이 마무리되어 가던 무렵소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폰토스 왕국의 미트리다테스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몰고 나서기 직전이었다그러나 술피키우스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자신을 지지하는 군대를 몰고 로마로 진격해 반대파들을 학살하고 권력을 장악한다.


     사실 이 당시 로마는 군대가 없는 도시였다고대의 여러 도시들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또는 최고 권력자의 안위를 위해 성벽을 높이 쌓고 무장병력을 가까이에 두었던 것과는 달랐다그건 역설적으로 로마라는 도시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군대가 없어도 누구도 쳐들어올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런 상황을 깨뜨린 것이 바로 술라다그는 최초로 군대를 몰고 수도로 진격한일종의 쿠데타를 일으킨 인물이었고로마는 외적이 아닌 동족의 칼날에 의해 피로 물들었다사실 사람들은 술라가 오랜 금기를 깨고(관례에 따르면 로마의 신성경계선 밖에서 무장을 해제하고 난 후에야 로마 시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그런 짓을 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고이는 그의 친위쿠데타(그는 현직 집정관 신분이었다)가 쉽게 성공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번 벽이 무너지고 깨져버리면이후에는 같은 일을 하는 데 문턱이 훨씬 낮아져 버린다술라의 쿠데타는 곧 밀려났던 마리우스의 역쿠데타를 불러왔고조금 뒤에는 그 유명한 카이사르의 쿠데타로 이어진다힘과 공포로 세워진 질서는 그만큼 허약해서 깨지기도 쉬었던 탓이다술라는 아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이 부분에서 귀족파인 술라와 민중파인 마리우스의 대립구조를 명확히 그린다그러나 이 책의 작가인 콜린 매컬로는 두 세력의 성격을 그렇게 분명하게 나누지 않는다오히려 술라를 도발하는 계기가 된 술피키우스라는 인물은 극렬 보수주의자였고그가 술라를 견제하려 했던 이유는 직전에 벌어진 동맹시 전쟁의 참상으로 인한 충격 때문이었다고 묘사한다.


     책에는 술피키우스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구절이 있다. “술피키우스가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하게 했기 때문에 수많은 이탈리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그가 현재의 체제가 갖는 정당성을 의심하게 되는 계기인데이런 점에서 꽤나 휴머니스트에 가깝다목적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중요하지 않은 목숨들을 희생시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게 고대의 사고방식이었으니까.


     결국 작가는 이 사건을 목적지향의 술라와 인간의 중요성을 자각한 술피키우스 사이의 가치관의 충돌로 묘사했던 것 같다흥미로운 해석인데덕분에 술라의 반대편의 중심인물 중 하나였던 마리우스의 자리가 애매해져버렸다결국 이번 권에서 그는 일곱 번째 집정관에 대한 예언에 집착하는 노망난 늙은이로 그려진다.

 


     책은 그렇게 폭도들과 함께 권력을 잡은 마리우스가 며칠 만에 세상을 뜨는 데서 끝난다역사라는 이름의 스포일러는 이제 돌아온 술라에 의한 또 한 번의 피의 숙청을 예고하는데이 이야기가 또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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