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차이나.
성룡이 중국계 용병회사 ‘뱅가드’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나오고, 그 부하직원들이 고객을 지키기 위해 중동 어딘가(두바이)를 돌아다니며 벌이는 모험 이야기. 용병회사라지만 거의 정규군 급의 무장을 하고 있어서 국지전을 벌이는 느낌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 여기저기에 손을 뻗치며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중국의 의도가 엿보인 달까. ‘우리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정의를 수호한다’는...
영화 속에 ‘캡틴 차이나’라는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게 뭔가 싶어서 찾아봤다. 실제로 그 비슷한 만화가 있더라. 마오쩌둥 시대의 군인이 약물의 힘으로 깨어나 괴력을 갖게 된다는, 빼다 박은 설정이야 뭐 짝퉁이니 베끼기니 비판의 소지도 있지만, 사실 마징가를 베낀 태권브이의 나라에서 중국만 뭐라 하는 것도 우습다. 이런 식의 베끼기에 국내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복제는 후발주자가 선두를 따라가기 위한 수단들 중 하나고, 역으로 여전히 중국이 대중문화적으로는 후발주자라는 걸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이런 식으로 중국이 자꾸 해외에서 자신의 물리적인 힘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어필하는 게 살짝 우려스럽긴 하다. 단지 영화 속 이야기에 머물 때야 안 보면 그만이겠지만, 엄청난 군사비 지출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군비를 늘리고 있는 중국이니 말이다. 대중문화로 자국민들의 가슴에 바람을 불어넣고는, 언젠가 정말로 ‘캡틴 차이나’를 자칭하며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정의실현을 위해 나설지도... 물론 지금까지는 국제적 평화의 반대쪽에만 서는 빌런에 가깝지만.
풀메이크업.
영화의 초반, 이야기의 중심에는 뱅가드의 고객의 딸이 있었다. 서약함이라는 배우가 연기했는데, 미모가 장난이 아니다. 다만 그가 맡고 있는 캐릭터가 워낙에 민폐덩어리인데다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해 부족한 연기력도 눈에 계속 거슬린다. 재혼한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굳이 아프리카까지 가서 자연보호 활동을 하겠다고 설치다가, 자기를 구하겠다고 온 용병회사 직원까지 위기로 몰아넣고(둘이 엉켜있는데 마취총은 왜 쏘니?), 총탄이 날아다니는 위기의 현장에 굳이 바득바득 우기면서 자기도 가겠다고 떼를 쓰는 모습은 그냥 전형적인 부잣집 철없는 딸래미의 모습.
그런데 더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이 모든 장면에 풀메이크업 상태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전혀 흙먼지 하나 뒤집어쓰지 않은 화장한 상태로 나오는 게 왜 이리 눈에 거슬리는지. 예전에 우리나라 드라마인 추노의 이다해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분칠은 좀 상황을 봐 가면서...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예쁘게 나오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러러면 그냥 혼자 유튜브 영상을 찍는 게..
조악함.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아쉽다. 성룡을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이제 나이도 있는지라 적극적인 액션은 어려웠고, 그래서 젊고 잘 생긴 배우들이 나서긴 했으나 소싯적 성룡에 비할 바도 못 된달까. 액션이 있긴 했는데 실감나지도 않고, 적당히 댄스를 하는 느낌.
뭐 성룡 표 영화가 원래 구성이 탄탄한 건 아니었지만, 이건 무려 2020년대에 개봉한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설프다. 캐릭터들에 입체감이 전혀 없고, 어설픈 악당들은 그다지 위기감이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심지어 대원 중 하나의 아들이 아빠에게 선물로 준 ‘캡틴 차이나’ 금속 배지는, 보는 순간 ‘아 나중에 총알이 저 배지에 박히겠구나’ 하고 딱 떠오를 정도(정말로 그렇게 됐다). 그렇다고 코미디가 제대로 담기는 것도 아니고..
최근들어 성룡이 출연하거나 제작한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재미가 없다. 부분적으로는 국가에서 강요하는 애국주의를 억지로 담아내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영화에 애국이라는 요소를 넣을 수는 있지만, 그걸로만 작품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