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해즈 폴른
바박 나자피 감독, 모건 프리먼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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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봤던 ‘엔젤 해즈 폴른’의 전작. 시간적으로도 앞선 시기를 다루다 보니, ‘엔젤 해즈 폴른’에서 대통령이 된 트럼불(모건 프리먼)은 이 영화에서는 아직 부통령이고, 미 대통령 벤자민 아서 역은 아론 에크하트가 연기했다. 이번에는 갑자기 사망한 영국 총리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런던을 방문하고, 이를 노린 테러세력의 공격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의 고군분투가 벌어진다.


후속작에서도 봤듯 쉴 새 없는 액션장면이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매우 빠른 것은 동일하다. 세 편의 시리즈의 감독이 각각 다른데도 이런 부분은 특별히 공을 들인 걸까. 덕분에 총탄이 날아오는 한가운데서 감상에 빠져 온갖 회상을 하는 식의 비현실적인 신도 없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테러는 끔찍하다. 물론 범죄가 다 악하지만, 테러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1도 없는 사람들마저 희생자로 만들어 버린다. 애초에 조심하고 피할 수조차 없다. 희생자들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사건에 휘말려 들어간다. 고작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무고한 사람들마저 피해자로 만드는 테러리스트들의 심리는 어떤 걸까. 영화를 보며 반복적으로 떠올랐던 생각이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 그들을 마냥 소시오패스라는 식으로 몰아갈 수 없었던 건, 영화 초반 이 테러를 일으킨 자들의 사연이다. 힘 있는 무기상을 제거하기 위해 그의 딸의 결혼식이 벌어지는 장소를 드론으로 공격하는 미국 정부의 수뇌부.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무기상이 자신이 가진 자원을 총 동원해 2년 만에 미국 대통령을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설정. 애초에 무고한 사람을 죽인 건 미군도 마찬가지였다는 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팔아먹는 나라가 미국이고, 때문에 직접 전쟁을 일으키거나, 수많은 분쟁들을 조장하기도 한다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 미국 정부가 무기상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건, 그가 악한 이들에게 무기를 대어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이권을 침해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선 누굴 응원해야 하나.






물론 현실적으로 보면 수십 명의 깡패들이 활보하는 것보다, 한 놈이 평정하고 보호비를 받아가는 게 더 안정적이다.(소위 김두환 신화의 본질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상도의 같은 건 없는 놈들이 저 놈에게 줬다고 해서 다시 안 뜯어갈 리 만무하니까. 낼 필요가 없는 보호세라도 그나마 한 번 뜯기는 게 나으니.


그런데 또 사람이란 게 그렇게 현실론으로만 살아가는 게 아니지 않던가. 때문에 영화를 보는 게 그리 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이에 비해 세 번째 편은 빌런이 확실히 악이라 편했다.) 이 폭력의 악순환은 언제나 끝이 날까.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날”에 관한 이사야 선지자의 비전(사 2:4)은 여전히 요원해 보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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