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의 후예들 - 티무르제국부터 러시아까지, 몽골제국 이후의 중앙유라시아사
이주엽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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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나라는 어디일까정답은 대영제국이다그러면 그 다음은바로 몽골제국이다근대의 발달한 통신과 교통수단그리고 무기를 통해 세계 제국을 건설했던 대영제국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면도 있지만어떻게 몽골은 그보다 5백 년이나 앞서서 아시아와 동부 유럽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울루스라는 체제가 있었다당연히 그 당시 이렇게 넓은 영토를 중앙집권식으로 다스릴 수는 없었고때문에 각지를 울루스라고 불리는 일종의 하위 영역으로 나누어서 일종의 봉건제 국가로 운영했다시간이 지나면서 각 울루스들의 독자성이 강화되는 동시에 서로 분화되었고주변 세력들과의 대결을 거치며 하나씩 사라져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비록 새로운 나라로 이름을 바꾸긴 했으나 몽골 제국이 사라진 이후에도 여러 나라들이 몽골을 계승해 왔다고 말한다역사책을 읽다 보면 한 번씩은 접하게 될 이름들인 무굴제국티무르제국오스만제국 같은 나라들까지도 언급되고 있으니 일단 흥미가 생긴다.



     어떤 나라를 후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이전에 존재했던 나라의 백성들이 이후 그 자리에 세워진 나라로 편입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단지 그 정도로 후계국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물론 저자도 단지 그 정도의 주장만을 하는 건 아니다여기에 후계국으로 소개되는 나라들은 상당수가 몽골을 자신들의 전신으로 스스로 주장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인 무굴제국을 보면애초에 무굴이란 몽골이란 뜻의 인도어이었고사실 그 나라의 정식 명칭은 티무르 왕조나 구르칸 왕조라고 불려야 한다고 한다이 제국의 창시자인 바부르는 자신을 칭기즈칸의 후손이라고 자부했다.(관련 삽화만 봐도오늘날 인도인들의 외형과는 사뭇 다른정말 동아시아쪽 외형이 뚜렷한 바부르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 중앙아시아에 수립된 여러 왕조들이 공통적으로 자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그만큼 몽골제국의 영향력이 이 지역에 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중앙아시아에 건설된 여러 후계국들이 곧바로 투르크화된 것으로 생각하지만(지금도 위키백과에는 실제로 그런 식의 서술이 보인다), 저자는 여기에서 당시 투르크라는 명칭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오늘날과는 달랐다는 주장을 한다예컨대 위에서 언급한 무굴제국을 세운 바부르는 투르크인이라는 집단명을 티무르 제국의 일원을 가리키는 것으로만 사용했다는 것(75). 그리고 아예 오늘날과 같은 투르크인의 정체성은 근대 이후에야 발생한 것이고 그 이전에는 내륙아시아 유목민을 좀 더 폭넓게 지칭했다는 주장도 더해진다.(42-43) 그렇다면 이들 계승국가들에서 몽골제국 계승의식은 좀 더 강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오스만제국까지 계승국의 범위를 넓힌 것은 솔직히 약간 무리처럼 느껴진다애초에 오스만 왕조가 일 칸국의 제후국이었고후에 오스만 제국의 제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인근의 또 다른 몽골제국 계승국인 크림칸국의 군주가 그 제위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 정도는 충분한 근거라고 보기엔 약하다.


     또위에서 말한 투르크화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해도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현지세력과의 교류를 통해 혈통이라든지문화라든지 현지화가 이루어졌던 면도 아예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무굴제국만 하더라도 몇 대가 지나면서 왕의 외모에서도 더 이상 몽골족의 외형이 사라지기도 했다.


     사실 애초에 계승국이라는 개념을 종주국과 피종주국혹은 문화적 침략의 수단 같은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얼마든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인접국혹은 후계국이 문화적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고몽골제국 같은 강한 인상을 남긴 국가들의 영향이 이후 세워진 나라들에 남아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테니까.


     이 외에도 수많은 칸국들에 관한 언급도 약간은 생소하게 느껴졌지만동시에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이제까지 역사라고 하면 보통 서유럽 중심의 역사와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아시아 역사 정도였기에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그 인근 지역(동부 유럽이라든지남아시아라든지)의 역사 쪽은 아는 게 별로 없었다좀 더 폭넓은 독서 욕구를 북돋게 해 준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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