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외전 - 다시 검찰의 시간이 온다
강희철 지음 / 평사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거의 모든 이슈가 여당편이냐 야당편이냐에 따라 갈라지는 우리나라에서이 책은 어느 쪽의 환영도 받기 어려울지 모르겠다.(이즈음 한겨례 신문의 포지션이 그렇다.) 저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을 어떻게 검찰이 조직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깔아뭉갰는지를 지적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그러나 바로 다음 꼭지는 현 정부의 지나치게 긴 적폐수사로 인해 수사대상이 된 한 검사가 자살에 이르렀다는 비판적인 어조를 담는다.


     저자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지만현 여당(더불어민주당)과 야당(미래통합당모두 제대로 된 검찰개혁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둘 다 정권을 잡고 나면 검찰을 휘두리가 좋은 예리한 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그 결은 조금 다른데현 야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동안에는 다스니세월호니 하는 각종 범죄나 비리를 덮는 데 검찰을 이용하고여기에 공을 세운 정치검사들을 영전시키는 등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데 반해여당의 경우는 검찰의 힘은 계속 이용하고자 하면서 개혁을 요구하는 모순적인 입장 때문에 제대로 된 검찰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저자가 보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직접수사권을 박탈하는 데 있다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황(더구나 기소권은 독점하고 있다)이 해결되지 않는 한공수처 같은 독립된 수사기관을 만들거나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주는 식의 제도 개선은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오히려 공수처는 권력자에게 또 하나의 칼을 안겨주는 일이 될 수도 있고경찰조직의 비대화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공수처 같은 조직도 정권이 바뀌면 얼마든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현 정부 들어서 공수처만 만들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기라도 하면 같은 당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금세 여권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났었다그런데 그래도 되는 걸까.


     공수처를 가지고 국민들을 통제하는 독재로 나아가려고 한다는 야당의 비판은 처음부터 멍청한 대처였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수사대상은 애초에 일반 국민들은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으니까그것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공수처가 단지 또 하나의 검찰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건을 덮고 확대하는 식의하지만 일단 손에 쥔 칼과혹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르는 칼을 누구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조국 사태를 거치면서도 여전히 검찰에게서 직접 수사권을 빼앗는 일은 여당에서도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민주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권력에 대한 통제이다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은 어떤 식으로든 통제받아야 한다. (그게 선거라는 방식일 수도 있고유사한 힘을 가진 또 다른 조직에 의한 견제일 수도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교훈이니까.


     점점 비대화되어 가는 검찰의 권력은 어떤 식으로든 통제되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지나치게 요란하게 출범한 공수처가 오히려 검찰의 제대로 된 개혁을 막게 되지는 않을까 살짝 우려도 된다사실 권력기관의 전횡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제도 같은 게 어디 존재할까중요한 건 권력을 쥔 사람들의 의식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일 텐데이쪽은 법 몇 개를 만든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게 아닐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