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과 기독교 신앙 스펙트럼 : 과학과 신앙 4
한국교회탐구센터 지음 / IVP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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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 동안 IVP에서 이런 식의, 교회와 교회 밖 사람들의 인식 차이 부분을 탐구하는 책을 자주 내는 듯하다. 교회탐구포럼 시리즈도 나름 훌륭한 주제를 담고 있고, 한국교회탐구센터라는 조직에서 낸 이 책도 그 일환이다. 한국 교계에 의미 있는 도전을 던져주는 기획이라고 본다.

 

 

     이번 책에서는 약간은 이례적일 정도로 다시 불타오르고 있는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의 논쟁을 지질학적 관점에서 다시 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런 시리즈에 속한 책들이 다 그런 건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여러 입장들을 종합하는 선에 그치고 있고, 그래서 저자들 사이에 의견일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장면들도 여럿 보인다

 

     ​예컨대 가장 첫 번째 글인 양승훈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창조과학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안으로 다중격변론을 채택한다. 그리고 이런 전제 아래 대진화는 불가능하다(소진화는 어느 정도 수용가능하다는 뉘앙스)고 말하지만, ‘지구는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나?’라는 글에서 이문원 교수는 유물론에 기초한 진화론적 설명을 별다른 코멘트 없이 서술하고 있다.

 

     ​(적어도 교회 내에서는) 여전히 딱 부러지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독자가 스스로 결론을 내일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라면 또 이해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인터뷰와 (지구의 연대와 지질학 발전의) 역사서술, (진화론적 지구 역사에 관한) 교과서적 연대기 제시,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이라는) 특정한 기술 소개, 설문조사, 그리고 서평들이라는,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운 너무 많은 유형의 글들이 모아져 있어서 좀 산만하다는 느낌도 준다.(얼마 전 비슷한 구성의 책을 봤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싶은)

 

 

     책에 실린 다양한 글들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창조과학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구의 역사가 수천 년에 불과하다는 젊은 지구론을 중심에 두고, 성경의 문자주의적 해석을 방법론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과학으로 성경을 입증하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창조과학은 그 시작부터 문제가 적지 않았다. 의아스러운 것은 그것이 가지는 논리적 허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교회의 적잖은 사람들이 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

 

     ​과학주의와 유물론을 경계하되 과학 자체에 대해서 좀 더 열려 있을 필요가 있다는 양승훈 교수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귀를 막으면, 결국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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