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교회탐구포럼 시리즈 8
송인규 외 지음 / IVP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여섯 명의 저자들이 교회와 페미니즘이라는 두 개 주제를 중심으로 쓴 글을 모은 책이다. 먼저 IVF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송인규는 영미 복음주의 안의 여성에 관한 네 가지 입장(가부장제와 상보론, 평등론, 페미니즘)을 차분히 정리했다. 각각 순서대로 보수적인 입장부터 진보적 입장으로 스펙트럼이 펼쳐져 있는데, 대체로 상보론과 평등론 중 어딘가에 자신의 입장을 두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입장들을 구분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을 얻었고, 여기에 상보론과 평등론을 포괄하면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입장들(3의 길)을 최선을 다해 정리해 준 부분도 높이 평가한다. 저자는 이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읽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싶다.

 

 

     내겐 번역가로서의 인상이 강한 양혜원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교회 내 여성(특히 사모라고 불리는 이)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 선뜻 페미니즘적(페미니즘 정치적) 입장에 동의할 수 없으면서도(이는 다분히 복음주의적, 혹은 보수적 신조에 동의하는 그의 신앙관 때문인 듯하다), 온몸으로 겪고 있는 교회 내 여성에 대한 적절치 못한 시선 역시 그대로 넘기기 어려웠던 고민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저자는 여기서 제자라는 개념을 다시 도입한다. 교회 내 권위나 지위에 관한 논쟁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앞에서 동등한 제자로서의 정체성 회복에서 문제 해결의 (개인적인) 실마리를 찾아낸다

 

 

     ​앞서의 글이 깊은 개인적 고뇌가 묻어나오는 진득한 글이었다면, 이에 반해 이화여대의 백소영 교수의 글에는 단호함이 보인다. 그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성경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데, 일견 굉장히 분명해 보이지만 사실 이런 식의 접근이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성급한 뜀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해서는 앞서의 두 글을 보는 게 도움이 될 듯)

 

     ​물론 씨줄과 날줄(책에서는 경줄과 위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의 비유를 통해, 성경의 본질적인 부분을 잡고 상황적 부분을 적당히 해석해 가며 읽어야 한다는 건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이다. 문제는 여기서 어떤 것이 씨줄인지를 판가름 하는 것이 철저하게 현대적 기준이라는 점인데, 이는 자칫 C. S. 루이스가 경고한 연대기적 속물주의(뭐든지 새로 나온 게 옳다는 사고방식)”빠져들어 갈 수도 있어 보인다.

 

 

     ​정재영과 김애희는 한국인의 남녀관계에 대한 인식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그 내용을 분석하고(정재영), 그 자료를 바탕으로 교회 내 성평등을 촉구하는 내용(김애희)을 담고 있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는 학술적으로는 필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듯싶다.

 

 

     ​마지막에 배치된 정지영의 글은 조금 독특하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기 보다는 1970년대 이래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페미니즘 관점, 혹은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수많은 책들을 연대기적으로 차곡차곡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여기에 소개된 모든 책을 다 직접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방대한 서지학적 작업을 해 낸 노력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저자는 복음주의 내 페미니즘 논의가 어제 오늘에야 시작된 것이 아니며, 미국 등지에 비하면 좀 늦긴 했으나 이미 50여 년 가까운 학술적 연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글을 추천한다. 송인규의 글에서 우리는 논리적으로 자신의 입장(혹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 영향을 준 개념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 양혜원의 글을 통해서는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일들을 설명하는 좋은 선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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