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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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봤던 같은 이름을 가진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공유와 정유미가 연기했던 영화와 큰 틀에서는 비슷한 내용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개의 매체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도 구성도 약간 다르다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오는 건 남편’(영화에서는 공유가 연기했다)의 비중이다. 영화에서는 남편의 비중이 소설보다는 커서, 그는 자신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의 문제에 끊임없이 공감을 시도하면서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감독의 의도는 짐작이 간다. 영화가 단지 남녀의 대립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그림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닐까 싶다. 다만 덕분에 남편이 그렇게 잘해주는 데 복에 겨워 그런다는 의도치 않은 비아냥거림이 나오기도 했지만.(그런 빈정거림은 저열한 태도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면 극의 느낌이다. 소설이라고 해서 좀 더 극적인 구성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책 뒷표지에 실린 소개글처럼 한편으로는 보고서의 느낌이 들 정도로 작가는 담담하게 서술을 이어나간다. 여기에는 자주 인용되는 통계자료와 연구 보고서 등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도 한 듯. 물론 이건 영화와 소설이 다르다는 말이지, 어느 한쪽이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둘 다 나름 장점이 있는 작업이었다.

 

 

     소설이 여성중심이고, 여성들이 겪었던 부당한 대우와 시선들을 모아놓은지라, 자칫 시대착오적인 주장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예컨대 50년 전 어떤 이들이 겪었던 일을 오늘 내가 겪은 일로 여기면서 어떤 주장을 하는 경우다. 작품 속 지영의 어머니 미숙이 겪었던 일은 지영이 겪은 일과는 분명 다르다이런 상황에서 (책 뒤 비평가의 글처럼) ‘딸 김지영의 삶은 어머니 오미숙의 삶에서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단언하는 것은 그저 감상적 반응일 뿐이다. 마치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를 보고, 그 나이 대 사람들(혹은 남성들)이 모두 자신이 덕수인 것처럼 생각하는 게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사회는 변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대우, 아니 인간에 대한 관점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미숙이 겪은 일은 분명 지영과는 다르다. 그리고 지영의 딸 지원이 겪을 일은 분명 지영과는 또 다를 것이다. 미진한 부분들이 많이 보이겠지만 분명 그래왔고, 그럴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어떤 이들이 겪은 문제를 그들의 문제로만 여기고 외면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과 연대할 수 있고,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나 다양한 희생자들에게 힘을 더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감상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에 근거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역사적, 공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오히려 소설을 넘어서는 힘이 느껴진다. 3자의 시선으로 주인공을 따라가면서 담담하게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서술해나가는 방식은, 영화 속 감정을 고조시키는 장면들과는 또 다른 설득력이 있다.

 

 

     조만간 내가 있는 교회에서 이 책을 함께 읽는 남성들의 독서모임을 준비해 볼 생각이다. 영화를 보고도 그랬지만, 문제는 관련된 사람들이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입장에 서볼 때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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