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가 만만해지는 이과식 독서법 - 필요한 만큼 읽고 원하는 결과를 내는 힘
가마타 히로키 지음, 정현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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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다양한 독서법이 있다. 근래에는 속독법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서 어떻게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볼 수 있을까에 관심이 높은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속독법을 가르치는 강좌도 있는 것 같더라. 개인적으로 속독법이라는 방식이 필요한 독서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방식이 능사는 아니어서 모든 종류의 책을 그렇게 읽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빨리 읽기보다는 깊이 읽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책을 많이 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많이 보는 것 보다는 오래 붙잡고 있는 편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영화 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취미도 (그리고 돈도) 없으니 어려서부터 책을 계속 붙들고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 이 책에서 타깃으로 삼고 있는, 책 읽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사실 좀처럼 와 닿지 않았다. 그마나 최근에 봤던 또 다른 책에서, 읽는 행위가 자연스러운 능력이 아니라 계발해야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보고 나서야 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으니.

 

 

     이 책의 저자는 아예 책 읽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책에 작은 흥미라도 보일 수 있을지를 설명한다. 독서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감을 최대한 낮추려는 노력이 눈물겹다고나 할까. 그냥 책 표지라도 한 번 훑어보고, 오다가자 몇 페이지씩이라도, 어렵고 지루하면 좀 건너뛰거나 아예 다른 책을 봐도 괜찮다는 것. 여기에 책이 이해가 안 되면 그건 저자 탓이라고 깔끔하게 생각하고 넘기라는 조언도 덧붙여진다. (이쯤 되면 제발 읽어주세요!)

 

     다만 책 제목에도 등장하는 이과식 읽기가 어떤 건지는 알겠는데, 매우 제한된 독서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책을 읽는 목적을 달성하면 굳이 끝까지 읽을 필요도, 모든 내용을 볼 필요도 없다는 주장에 한 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기대하지 않았던 내용으로 정신이 확장되는 경험을 원천차단하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가 된다.(물론 그래서 아예 안 읽는 것보다는 몇 배나 낫겠지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깊이 읽기가 아닌가 싶다. 깊이 읽기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완전한 이해까지는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가면 갈수록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끝없이 분열되어가는 듯한 이 시대의 모습은 다분히 읽기를 잊어버린 세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기회가 없어서, 그리고 오늘날에는 우리의 주의를 뺏는 너무 많은 다른 매체들 때문에 그렇게 된다.

 

     어쩌면 언젠가 깊이 읽기도 점차 클래식처럼 고급문화로 전락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뿔뿔이 흩어지게 될지 모르겠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될 수는 없으니, 우선은 쉽게라도 책을 손에 드는 게 필요할 터. 이 책은 좀처럼 책을 드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독서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줄여주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될 듯싶다. 물론 일단 이 정도 책이라도 들어야 한다는 게 문제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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