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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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동명의 일본 드라마의 첫 회를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본 적이 있다. 여러 작품을 통해서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에이쿠라 나나가 주인공인 스기시타 노조미 역을 맡았었는데, 제법 흥미로운 전개여서 후속편을 보고자 하였으니 기회가 없어서 보지 못했다가 일부러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던 것.

 

 

     이야기는 도쿄의 고층 주거시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 자리에 있었던 네 명의 청년들을 내세운다. 공교롭게도 이 네 명은 물론 모든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이나 이름에 N이 들어간다는 점은 작가가 소설을 구성하면서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 제목인 ‘N을 위하여는 그래서 누가 누구를 위한다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다양한 대답이 가능하게 만든다. 우선은 네 명의 인물들 사이의 관계로도 볼 수 있는데, 스기시타 조미를 향한 루세 신지의 마음, 혹은 안도 조미를 생각하는 스기시타 조미(이름이 같다)의 입장일 수도 있는 것. 사건 당시 사망한 구치 오코를 향한 시자키 마사토의 동경, 혹은 연정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작가는 이런 관계를 일부러 전면에 드러내지는 않는다. 니시자키 마사토의 마음은 조금 공개적으로 진술되지만, 그에 대한 나오코의 실제 마음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가장 앞에 경찰서에서 한 진술로 사건을 개략적으로 그린 후, 각자의 시점에서 그 이야기를 설명하는 장들이 이어지는 구성이라,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 같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건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정확히 같지 않은 진술을 하게 된다는 점이 기억이 갖는 흥미로운 점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정확히 파악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물리적, 심리적 이유로 우리는 자신의 관점에서 본 사건의 전말을 알 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자신이 모든 것을 완전히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소설의 구성도 흥미롭고, 베테랑 번역가 김난주 선생의 손이 간 문장도 상당히 즐겁게 읽힌다. 주요인물들이 대체로 좀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그로테스크하다. 겉으로는 미소를 띠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가운데서도 궁극적 사랑이란 죄의 공유’”라는 식의 대사가 툭 튀어나오는 식이니까.

 

     다만 액자식 구성과 과거에 대한 회상과 현재의 기술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충분한 대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오코를 구해내기 위한마사토의 충동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안도에 대한 스기시타의 배려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녀가 정말로 그 날 했던 일은 언제부터 어떻게 계산해 낸 것인지... 마치 물 흐르듯 말들이 오고가는 장기판을 보는 제3자처럼, 그 말들이 왜 거기서 그렇게 움직이는지는 설명이 좀 필요했다.

 

 

     책 전체의 등장하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의 행위들도 기억에 남는다. 작품의 핵심 축이기도 한, 궁극적 사랑은 죄의 공유라는, 상대를 포함한 아무도 모르게 그의 죄를 절반 짊어지고는, 아무 말도 없이 떠나는 일이 정말로 그렇게 지고한 사랑의 형태일까? 상대의 정확한 사정과는 상관없이 그저 구원해주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움직이는 건 어쩌면 자기애의 한 모습일지도 모르겠고. 가학적 사랑과 피학적 사랑은 양쪽 모두에게 위험해 보인다.

 

     사랑이라는 말과 강렬한 감정적 동요는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 정말 사랑함은 잘 보이지 않는다. 큰 불처럼 타오르지는 않더라도 은근히,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그런 사랑. 어쩌면 이 쪽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강하게 결속시키는 원리일 텐데 말이다.

 

 

     네 명의 청년들이 그리는 독특한 사랑의 이야기. 핑크빛 로맨스 대신 검붉은 핏자국이 좀 더 진하지만, 흥미진진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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