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과 성품
스탠리 하우워어스 지음, 홍종락 옮김 / IVP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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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우리에게는 좀 익숙하지 않은 관례를 바탕으로 쓰기 시작했다. 바로 대부, 대자 제도이다. 서구권에서는 어린 아이가 유아세례를 받을 때 가까운 지인에게 대부가 되어 줄 것을 요청하는 관습이 있다. 이름처럼 이들은 부모처럼 아이들이 신앙 안에서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하고 이끌어주는 책임이 부여된다. 이런 관계는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아니 평생 동안 이어지는(보통은 대부를 맡은 이가 세상을 떠나면서 종료된다)

 

     물론 이런 책임을 끝까지, 제대로 수행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그저 관례 중 하나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고. 하지만 그 대부가 스탠리 하우어워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은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동료인 새뮤얼 웰스의 아들인 로리의 대부가 되면서 매년 세례 기념일마다 아이가 갖추기를 바라는 덕에 관한 편지를 한 통씩 보내면서 시작된다

 

     사실 그 내용은 어린 아이가 읽기에 (어쩌면 성인들이 읽기에도) 한참은 어렵지만, 언젠가 아이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를 기대하며,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열다섯 통의 편지(2017년에 쓴 내용은 이를 묶어 낼 책에 붙이는 후기 성격)를 매년 같은 날을 기해 보낸다. 이 꾸준함이란...

 

 

     책에서 다루고 있는 덕은 다양하다. 진실함과 인내, 소망, 정의, 한결같음처럼 충분히 예상되는 내용도 있지만, 기쁨(누가 기쁨을 덕이라고 생각했을까), 우정, 단순함 같은 조금은 이색적인(?) 덕들의 내용도 존재한다. 물론 이것들은 사실 오래 전부터 덕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잊혀진 것들이다.

 

     저자는 이들 덕에 대한 단순한 정의내리기와 강조에 그치지 않는다. C. S. 루이스가 자주 보여주듯,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오래된 덕의 목록을 현대의 말과 표현으로 풀어내는 데 익숙해 보인다. 예컨대 저자는 로마화 된 미국이 강한 힘으로 다른 나라들에게 제멋대로 행하는 모습을 묘사하면서 자비에 관한 설명으로 넘어간다. 전쟁의 대용으로서의 야구의 유용성을 통해 인내의 중요성을 풀어내는 기술은 꽤나 흥미롭다.

 

      물론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현대적인 풀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각각의 덕에 관한 깊은 묵상을 통해, 이 덕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도록 만든다. ‘거짓말을 하지 않기가 어려운 이유는 우리 삶이 알아보기 어려운 거짓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고, ‘솔직함과 진실함을 혼동하는 관행에 대한 경고나 무기 없이 살기 위해서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은 관련된 내용을 오랫동안 묵상하고 삶으로 실천하기 위해 애쓴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귀한 내용들이다.

 

 

     전반적으로 C. S. 루이스의 글을 읽을 때 느껴지던 분위기가 많이 묻어난다. 덕과 관련해서는 번역서 기준으로 C. S. 루이스를 통해 본 일곱 가지 치명적인 죄악과 도덕이나 C. S. 루이스를 통해 본 거룩한 삶정도가 떠오르고, 무엇보다 순전한 기독교3부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풀어낸 덕에 관한 내용들이 그렇다

 

     덕에 관한 기독교적 의미, 혹은 기독교적 덕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참고해 볼만한 책. 믿고 보는 또 한 명의 저자가 생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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