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를 건너는 법
오수형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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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큰 덕으로 다스려야지 자그마한 은혜나 베푸는 것으로 다스려서는 아니 됩니다.


  요약                                                           

 

        삼국지의 최고의 재사(才士)로 유명한 제갈량의 문집이다. 가장 세력이 약했던 유비를 삼국의 한 귀퉁이의 주인으로 만들고, 몸소 삼국 통일을 위해 나섰다가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던 제갈량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문집은 제갈량이 직접 엮은 것은 아니고, 후대의 사람들이 여러 원전들에 분산되어 있는 것을 한데 묶어 놓은 것이다. 촉한의 승상으로써 내렸던 여러 가지 짤막한 명령서들과 후학과 자녀들을 위해 적은 간략한 신조 등, 제갈량이 썼다고 알려진 여러 글들이 한문으로 된 원문과 함께 한글로 번역되어 실려 있다.

 

 

 감상평                                                          

 

        삼국연의에 나오는 신출귀몰한 제갈 공명이 쓴 비밀문서쯤으로 생각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내 실망을 하고 말 것이다.(사실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은 ‘비급’이 아니라 ‘문집’이다.

 

        흔히 문집류의 책은 어떤 인물이 쓴 시(詩)들을 모아 놓은 책을 떠올리기 쉽다. 그렇다면 이 책은 제갈량이 쓴 시문집이냐, 그것도 아니다. 앞서 요약 부분에도 간단히 언급했듯이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장르는 다양하다. 승상으로써 어떤 관리에게 경고를 하는 글, 장수의 파면을 청하는 글, 각종 명령서, 편지, 자녀교육을 위한 일종의 훈계 등 이 글들의 공통점이라고는 오직 제갈량이 썼다는 점 뿐이다.

 

 

        난세에 태어나 난세를 살아갔던, 그것도 그 난세의 한 가운데서 적극적으로 세상에 참여했던 제갈량이었기에, 그가 남긴 글들은 매우 실용적이거나, 직접 업무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뛰어난 지략가이기에 앞서 현명한 행정가였던 제갈량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긴 하지만, 사실 재미로 보자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글들이 많다. 물론 그런 중에도, 사람과 세상의 이치를 읽어나가는 예리한 판단력만큼은 역시나 범상치 않아 보이긴 하다.

        다만 전체적으로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읽기엔, 시간낭비인 감이 없지 않다. 한 권 쯤 만들어져 있기는 해야겠지만, 그리 많은 사람의 손이 가지는 않을 것 같은 책. 동양 고전, 특별히 삼국지에서 많은 감동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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