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1. 요약 。。。。。。。

 

     도킨스와 함께 대표적인 반()신론자인 저자는 만년에 식도암에 걸려 투생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다. 이 책은 그가 자신의 병을 알게 된 후 다양한 항암치료를 하면 점점 쇠약해지는 과정을 에세이로 적어내려 간 것을 모아 엮였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과 치료가 잘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짜증과 체념(그 중 일부는 인간배아복제 연구를 제한함으로써 이를 막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을 향한다.), 쇠약해져 가는 자신에 대한 연민 등이 주를 이룬다. 이 부분은 딱히 특별할 것도, 좀 더 감동적일 것도 없는 부분.

 

     ​하지만 원제(Mortality)와는 상관없는 지금과 같은 제목을 출판사 편집부에서 붙였다면 뭔가 다른 이야기도 있을 터. 역시나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도 신에 대한 자신의 관점은 변함이 없음을 강변하면서 기도의 무용성을 중심으로 신 존재에 대한 (그리고 그걸 믿는 이들에 대한) 조롱(혹은 비난) 등을 이어나간다.

 

 

2. 감상평 。。。。。。。

 

     ​, 우선 작가가 무신론자이던 아니건 간에 상관없이, 한 사람의 죽음에 관해선 비웃거나 조롱할 이유가 없다. 책에 소개된 어떤 사람들처럼, 그의 암이 그가 생전에 행했던 불신앙적인 언명에 대한 신의 저주라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 책에 대한 감상 역시 그 개인에 대한 공격보다는 책에 언급된 문장들에 관한 것으로 국한하려 한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에 대한 리뷰에서 길게 썼듯이, 일단 작가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논리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기초해 종교(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간다. 완고한 유물론자들 특유의 이 입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반론이 존재하므로, 굳이 또 언급하지는 않겠다.

     물론 기독교의 어떤 행위들에 관한 설명은(예컨대 책에도 제법 길게 언급되는 기도같은)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그 중에는 작가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들도 포함된다) 빈정거릴 것까지야 있을까(어쩌면 자신은 이걸 유머라고 여겼을지도 모르지만). 뭐 자기 책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게 뭐가 잘못이냐는 식이라면, 뭐 그러시던지.(그런데 이런 식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더 이상의 평가는 설 자리가 없어져 버린다)

 

     ​사실 죽음에 관한 무신론자, 혹은 유물론자의 범상치 않은 통찰 같은 걸 살짝 기대하기도 했지만, 책 전반에 걸쳐서 일관된 냉소적 태도를 꾹 참고 책장을 넘기면 짜증이 등장하는 식이라 뒤로 갈수록 집중도가 떨어진다. 논쟁적 여지가 있는 요소조차도(인간배아를 이용한 의료적 처치 같은) 그의 치료를 방해하는 것으로 상정되면 사는 것도 부끄러워 하라고 일갈하는 식이니까(59).

 

 

      ​하지만 작가의 주된 논지 가운데 하나는 기독교인에게도(이 책의 종교는 보통은 기독교를 가리킨다)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기독교는 단순히 감정이나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히친스는 바로 이 부분을 가지고 그의 공격을 계속해 나가고 있고, 기독교인들이 대답해야 하는 지점도 그 자리여야 한다.

 

     ​종교는 개인적인 확신이나 마음의 평안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런 비판들에 단순히 귀만 막지 말고, (물론 상대는 대화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더라도) 충분히 우리 안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짧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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