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동물원
츠츠이 야스다카 지음, 양억관 옮김 / 북스토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그러나 현 상황에서 텔레비전의 인기는 유명한 동물 탤런트가 점령해 버렸습니다.

 이런 때, 국회에 고릴라, 물개, 말이 등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회제 민주주의, 의회민주정치가 아니겠습니까?"

 

 

  줄거리 。。。。。。。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각 장마다 각각의 인물과 상황이 등장하는 ‘모음집’이다. 무려 열 네 개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주는 요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저자 특유의 풍자와 비꼼이 아닐까 싶다.


        ‘원시 공산제’와 ‘의회제 민주주의’에서는 현대에서 더 이상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인된 두 개의 주요한 정체(政體)인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강변하고 있으며(특히 모든 내각의 장관과 국회의원이 연예인 출신이라는 설정으로, 하는 일 없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게 일이 된 국회의원들과 고급 각료들을 비꼬는 장면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근대도시’와 ‘미래도시’에서는 시민들의 어려움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자기들의 규칙과 방식에 따라 느릿느릿 일하는 공무원들의 관료의식과 복지부동의 자세를 비판한다. ‘조건반사’에서는 현대의학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이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내용들이 전혀 무겁지 않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매우 유머스럽게, 때로는 숨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한 상황 설정으로, 그리고 실제로는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을 정도의 확대와 과장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이 책의 진정한 가치라고 할 수 있을 듯.


  

  감상평 。。。。。。。                                                      

 

         줄거리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풍자, 아니 약간 선을 넘어서는 비꼼이다.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비꼼을 좋아한다. 물론 이 비꼼의 대상이 약자나 자기가 속한 부류의 사람들일 때는 예외겠지만, 때로는 자신의 특정한 모습이 거기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약간의 놀람과 부끄러움,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즐거워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도구를 잘 사용하는 저자는 매우 효과적인 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도 좋으리라.


        저자가 일본인이어서 그런지, 책에는 일본 사회가 앓고 있는 각종 정신적 병폐들이 자주 등장한다. 지나치게 가벼움, 일본 특유의 호들갑스러움, 경박함, 허황됨, 성적 질서의 해체, 정치인과 공무원들에 대한 실망과 비웃음, 그리고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위기감 등이 이야기들의 주요 배경이다.

 

        저자는 이런 소재들을 사용해, 현재와 같은 모습이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질문을 역설적으로 던지는 듯 하다. 성의 방종, 언론의 경박스러움, 이기주의가 극단화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이 나타나는지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정상적이고 평범한 것으로 인정되는 세계가 얼마나 끔찍한 모습인가를 풍자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생각해보면 비단 일본만의 일이겠는가? 짧은 기간에 근대화가 되고, 서둘러 세계화에까지 나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다만 성적인 부분이 자주,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이 책을 청소년들이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쉽게 추천해주기를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 역시 이런 부분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일상화 된 일본의 상황을 반영한 것인 듯.


        웃음은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풍자는 좀 더 날카로운 무기쯤 될 것이다.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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