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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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20세기 초 일본을 배경으로, 한 시골 마을의 영어 선생의 집에 사는 이름 없는 고양이의 눈을 통해, 집 주인과 그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관찰하는 이야기.

     고양이가 살고 있는 집 주인 구샤미는 중학교 영어 선생으로 일하는 꽁생원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제법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하지만, 정작 아는 것도 없고 부인에게나 큰 소리 칠 줄 아는 인물.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 등장하며 그의 집을 찾아오는 메이테이는 미학자를 자처하지만, 입만 열면 허풍을 떠는 캐릭터다. 이야기 내내 그가 하는 말은 그렇구나하고 들으면 안 되는 요주의 인물이지만, 또 자신은 세상을 꽤나 달관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이외에도 이들보다 약간 연배가 어린 간게쓰는 마을의 부잣집 딸과 혼담이 오고가는 것을 적당히 즐기면서, 그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박사학위를 위해 쓸모 없어 보이는 주제의 연구를 계속한다.

     종일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람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마음(!)을 관찰하던 고양이는 시종일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비웃으면서, 그들 속 허위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물론 고양이의 시점은 인간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런 의도된 무지로 인한 개그코드도 이 책을 읽는 한 가지 맛.

 

  

2. 감상평 。。。。。。。

     얼마 전까지 일본의 지폐 도안에도 들어갔던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사실은 명성이고 뭐고 고양이가 책 전면에 등장하기에 손에 들었다. 동물을 화자로 삼아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는 설정은 흥미를 돋았고, 본문의 첫 번째 페이지를 열 때까지도 이 책이 고양이 이야기인 줄로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체 분량으로 볼 때 1:9 정도로 고양이가 관찰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더 많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장광설을 쏟아낸다. 소세키가 이 소설을 썼던 100년 전에는 이런 식의 글쓰기가 일반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즈음의 글 중에는 이런 구성을 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일단 말이 길면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걸 방지하려면 그 긴 대사 속 들을 만한내용이 좀 있어야 하는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허위의식이 가득한 인물들인지라 그 헛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캐릭터에 대한 냉소적인 감정이 먼저 올라오니...

     ​처음부터 당대의 사회상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기에, 책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 시대 역사적 배경을(그것도 100년 전의 것을!) 아주 잘 알거나 각주를 부지런히 찾아다녀야 한다. (조금은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명작은 시간을 넘어서는 통찰을 담고 있는 법. 땅을 사고파는 사람들을 보며 공기도 잘라 팔려고 하느냐는 일침을 하거나, 손바닥 뒤집듯 변하는 유행을 이상하게 여기는 고양이의 모습은 오늘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겠는가.

 

 

      결말이 좀 충격적이다. 전개상의 평범함, 혹은 익숙함을 완전히 깨버리는 마무리다. 이야기가 이렇게도 마칠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물론 책의 세 번째 자서에서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긴 했지만, 막상 보니 꽤나 당황스럽다. 그리고 그 전개에 듬뿍 담겨 있는 작가의 허무주의도...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자서의 한 문장이 책 전체에 걸쳐 가장 인상적이다. “이 책은 취향도 없고 구조도 없고 시작과 끝이 어설프기만 한 해삼 같은 문장이라는 것. 해삼 같은 문장이라니, 어쩜 이런 표현을 생각해 냈던 건지.

 

     고양이는 그렇게 허위의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좀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 고고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정말 대단한 결심이 아니면 그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가끔은 고양이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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