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무라트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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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캅카스 산맥 인근 체첸에서 벌어지던 제정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큰 명성을 날리던 아바르족 지휘관 하지 무라트가 전격적으로 러시아에 귀순하기로 결정한다. 한 때 아바르족을 다스리기도 했던 그는, 샤밀이라는 이름의 새 지도자의 눈 밖에 나서 견딜 수 없었던 것.

     하지만 거물급 적장이 귀순해 왔는데도, 이를 맞는 러시아군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채, 황제(차르)를 정점으로 한 관료제 특유의 복지부동적 자세로 시간만 끌게 된다. 샤밀에게 가족이 사로잡혀 있는 하지 무라트로서는 그렇게 지나가버리는 시간이 아쉽기 그지없었고, 결국 결단을 내리고 만다.

 

 

2. 감상평 。。。。。。。

     작품 전체적으로 야성이 살아있는 주인공 하지 무라트를 비롯한 측근들과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한없이 늘어지기만 하는 러시아 군 간부들 사이의 대조가 눈에 띤다. 말년의 톨스토이의 행적을 생각해 보면 이런 배치야 매우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계급적이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에 대한 극한 불신이랄까.

     인위적인 것에 대한 비판과 야생의 것에 대한 찬미야 일찍부터 예술의 주요 주제이기도 했으니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물론 모두가 아는 것을 얼마만큼 생동감 있게 표현해 낼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작가는 이 부분에 있어서 예술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덕분에 이야기는 흡입력이 상당하다.

     작품 속에 갈등의 배경이 되는 좀 더 깊은 역사적 내용은 별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대신 작가는 인물의 성격 묘사에 좀 더 힘을 기울이는데, 일단 전쟁이 한 번 벌어지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버리고, 특히나 종교나 역사문제가 개입되어버리면 더더욱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노년의 톨스토이로서는 좀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런 것 따위는 아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고.

 

     다만 하지 무라트에 대한 감정은 사람마다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굴러들어 온 호박을 제대로 사용할 방법을 몰라 썩혀 버리게 만든 러시아의 무능한 황제와 군대도 한심하지만, 무라트 역시 제대로 된 전략적 판단이 아쉽지 않았나. 뭐 시대적 환경의 변화도 한 몫 하겠지만, 어찌되었든, 그가 가지고 있었다는 전설적인 명성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랄까.

     구성적인 면에서도, 초반 하지 무라트의 귀순협상 부분을 보면서 이제 엄청난 일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예상과는 다른 마무리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뭔가 아쉽기도 하면서, 뒤통수를 맞은 듯한 반전 같기도 하고..

     ​뭔가 교훈보다는 느껴야 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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