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현대인의 비극은 사고사를 운명의 탓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지."

 

  줄거리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사고가 나 혼수상태가 된 어머니와 그제야 알게 된 어머니의 과거의 사랑. 그렇다고 불륜을 다룬 것은 아니다. 결혼하기 전, 젊었을 때 있었던 첫사랑 이야기다.


        별다른 외상이나 통증도 없건만, 간이라는 장기에 생긴 병은 그래서 더 위험한 법이다. 간에 병이 생겨 입원을 하게 된 한 사내.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또 한 명의 남자. 자신보다 훨씬 병이 더 진전되어서 이제는 너무나 쇠약해져버린 그와의 만남을 통해, 남자는 삶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 그 아이를 품고 살아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당신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암벽등반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가지고 이 가족의 심리상태를 표현해 가는 작가의 능력이란..


 

 감상평                                                

        책을 열 때까지는 몰랐지만, 알고 보이 이 책은 하나의 단편이 아니라 세 개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었다. 위의 줄거리에 간단히 적어 놓았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들은 그다지 특별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이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병이나 가까운 이의 죽음을 직면하는 일, 큰 병에 걸린 아이..

 

        가만히 보면 작가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들은 사람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누구도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에 빠지기를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된 상황들. 작가의 문제인식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 빠졌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아쉽게도 작가는 별다른 해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문제들이긴 하지만, 이야기에서 어떠한 종류의 극복이나 해결책을 말하지 못한다. 그저 현실을 그대로 그리고 있을 뿐이다. 슬픔이 가득한 현실. 현대인들이 자랑하는 물질 중심의 과학문명도 이런 문제들을 완전히 추방시킬 수는 없는 것.

 

        적어도 현실이 이 정도가 되면 초월자를 의지하려는 마음이 들만도 하지만, 잘난 현대인들의 이성은 그마저 용납할 수 없나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한 인물의 대사는 이런 복잡한 심경을 잘 대변한다.

        “나도 기도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 하지만 어디에다가 기도해야할지 몰라서 바보처럼 암벽을 타고 있는 건지도 몰라.”

 

       현실에서 받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는 무기력한 현대인들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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