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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20년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될까. 후대인들은 놀라고 신기해할 수도 있겠다, 2020년의 기록을 살펴보다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돌았고 사람들은 어디에서든 마스크를 써야 했으며 아이들은 학교 대신 집에서 원격 수업을 했더라는 사실 앞에서. 거리두기 단계라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어떤 업종의 가게는 잠정 휴업을 하고 대신 배달업이 번창을 하는. 10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지고 모임보다는 혼자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다고도.
희망 대신 절망을 꿈이 아닌 좌절의 감정을 쉽게 느끼며 살았다는 2020년의 세계. 가만히 들여다보면 후대인들의 현재도 2020년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연민과 슬픔을 함께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기록을 멈추지 않고 읽어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사실이 있을 것이다. 빈 병 만 개를 모아 가난한 이웃에게 기부를 하는 부부. 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모아 마스크를 사서 기부하는 어린아이. 불어난 물에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아 차를 오지 못하게 해서 생명을 구한 시민.
2020년의 역사는 이토록 굴곡 많고 다채로운 색감으로 기록 될 것이다. 용기를 잃어가는 순간에도 희망을 찾아 서로에게 나누어 주려는 사람들이 있었음이 역사로 기억된다.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디에서 용기와 희망의 빛을 찾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책을 읽은 시점에 나는 또 한 번의 좌절을 겪어야 했다. 광복절을 기점으로 코로나가 재유행을 해버렸다.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이 넘어가면서 잠시 일을 쉬어야 했다. 원래 일이란 게 하고 있으면 하기 싫고 하지 않고 있으면 하고 싶은 역설이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징징 대면 안 된다. 끌어모을 용기를 찾아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역사의 쓸모』를 읽어나갔다. 최태성은 역사 속 인물과 일화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오늘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무작정 힘을 내어야 한다, 습관을 바꾸고 너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같은 뻔한 소리를 늘어놓지 않는다. 몇 백전에 살았던 인물의 업적과 그들이 품었던 신념을 강의하듯 친절하게 알려준다. 몰랐던 사실 앞에서 혹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았던 진실 앞에서 겸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역사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 희망이라는 말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와요. 말하자면 역사는 실체가 있는 희망입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조금 더 살아보자고, 버텨보자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조금만 더 멀리 봤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은 두렵겠지만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잖아요. 세상도 변하는데 나의 인생이라고 늘 지금과 같을까요? 힘든 세상에서 희망마저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최태성 『역사의 쓸모』 中에서)
삼일천하로 끝난 급진 개화파가 가졌던 새로운 세상의 열망. 전성기를 늦게 맞이한 약소국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 일제 강점기 때 권력의 편에 서지 않고 우리 민족을 위해 일생을 걸었던 이회영과 박상진의 신념. 자신의 한계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끊임없이 찾았던 정도전의 돌파력. 거란의 패를 정확히 읽어 전쟁 없이 강동 6주의 땅을 가져올 수 있었던 서희의 뛰어난 관찰력.
『역사의 쓸모』는 능력이 검증된 역사 속 인물의 삶을 통해 어렵고 험난한 이 시대를 돌파해 가자고 말한다. 그들이 보여주었던 빛나는 삶의 기지와 이상을 실현하고자 보여주었던 모습에서 나의 절망을 조금씩 무너뜨릴 수 있었다. 역사는 오래되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가. 돈을 벌고 집을 사고 취업을 하는 일에 역사는 당장의 쓸모가 없다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오늘만 살 수는 없다. 괜찮은 나를 만들고 그런 나가 살 수 있는 내일에 희망을 걸어보는 일에 '역사'가 있다고 『역사의 쓸모』는 힘주어 이야기한다.
선덕여왕은 위기의 순간에 '혁신'을 꾀한다. 황룡사 9층 목탑을 지어 올리라는 명령을 내린다. 80미터 높이의 아파트 30층에 해당하는 탑을 지어 신라인들이 어디에서나 그 탑을 볼 수 있게 했다. 신라를 괴롭히는 주변국의 이름을 탑에 새기면서 힘 있는 나라로 나아가겠다는 열망을 심어주었다. 강해질 수 있다는 마음을 모으며 신라는 삼국 통일의 기반을 다졌다. 2020년은 위기의 시대임이 분명하다. 불안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암담함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의 꿈을 위해 연대해야 함을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역사의 쓸모'는 소임을 다한 것이다. 선덕여왕이 신라인의 마음에 열망을 심어주었던 것처럼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서로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체면 보다는 실리를 따지며 외교와 국방의 안전을 위했던 장수왕에게서는 필요할 땐 한 발 물러서는 용기를 배워야 한다. 정약용은 유배 생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역사의 구경꾼’으로 남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들의 삶을 읽어나가며 우리는, 지지 않았고 사랑과 걱정으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갔다고 역사는 기록될 것이다. 2020년의 역사는 놀라운 희망으로 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