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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10미터 앞 ㅣ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평점 :
이런 식의 추리 소설이라면 밤을 새우도록 읽을 수 있겠다. 일상적이고 친절하다. 머리가 복잡하고 다른 생각으로 책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요네자와 호노부의 『진실의 10미터 앞』을 권한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묘한 기분에 젖으면서 빠져든다. 《도요 신문》의 기자 다치아라이가 펼치는 추리의 세계. 여섯 편의 이야기는 다른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감추어진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기를 권한다.
여기서 나의 편협한 시각을 밝히고자 한다. 주인공 다치아라이를 나는 『진실의 10미터 앞』의 3분의 1 정도를 읽을 때까지 남성인 줄 알았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사건이 벌어지고 취재를 떠난다. 사건 안에 숨어 있는 진실을 밝히는 다치아라이. 고정된 성 역할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독서는 훌륭한 행위이다. 갇혀 있는 사고를 확장해 준다. 기민하고 총명하며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다치아라이는 여성이다.
먼저 표제작인 「진실의 10미터 앞」은 도산한 회사의 홍보 담당을 찾으러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사장과 그의 여동생 마리는 의욕적으로 회사를 꾸려 갔지만 부도를 맞게 된다. 취재차 알게 된 마리의 여동생 유미의 부탁으로 다치아라이는 실종자를 찾으러 간다. 유미에게 걸려온 마리의 전화. 간단한 통화였지만 그것을 토대로 다치아라이는 마리를 찾아낸다.
전철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었다. 「정의로운 사나이」는 인간이 가진 악의에 주목한다.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는 악한 본성이 발현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고이가사네 정사」는 두 고등학생의 자살 사건 배후를 캔다. 다치아라이는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찾아가 부자연스러운 단서를 발견해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사소한 단서도 놓치지 않는다. 「이름을 새기는 죽음」은 고독사라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끌고 온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나이프를 잃은 추억」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누나. 내내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남동생. 진실을 감추면서도 한편으로는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충돌한다. 수해로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된 노부부를 구조대가 구해내는 이야기, 「줄타기 성공 사례」. 노부부를 구조했던 사연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진실의 10미터 앞』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매력적인 주인공 다치아라이를 통해 보여준다.
'눈'이라는 감각을 믿을 수 있는가. 진실을 바라보려는 자에게만 '눈'은 열린다. 다치아라이 시리즈가 계속 나와도 좋을 듯하다. 무심하고 정이 없어 보이지만 사건을 추리하는 데 있어서 냉철하고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소소한 반전이 펼쳐지면서 추리 소설을 읽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복잡한 트릭은 없다. 스트레스로 가득한 하루를 보냈다면 잠이 들기 전 『진실의 10미터 앞』을 꺼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달려가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