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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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 때쯤이면 꼭 비가 오더라. 어제와 오늘 내리는 비 때문에 빨래가 다 마르지 못했다. 방에서 다시 말리고 있다. 비가 그치면 추위는 가시고 온기를 머금은 봄이 오겠다. 어디서 들었지.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 1위인데 춥고 고달픈 겨울이 아니라 날이 따뜻해지는 봄에 사람들이 많이 죽는단다. 


겨울에 잘 이겨내놓고 왜 그런 거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잘 이겨낸 것이 아니라 버텨온 것이다. 그러다 봄이 되니 어쩔 수 없는 마음이 된다. 죽을 용기가 있으면 살아야지. 그것도 못 이겨내면 어떡해. 안타까워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건 알겠지만 당사자의 심정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으니 꼭 그 말이 하고 싶더라도 참아주기를. 이지애의 장편 소설 『완벽히 온다』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벼랑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벼랑에서 떨어진 줄도 모른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나온다. 


갈 데까지 갔다. 여기가 끝이라고 이제 끝내야지 했지만 우리는 떨어져서 상처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런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룹홈에서 만난 세 아이 민서, 해서, 솔의 오늘이 그랬다. 먼저 마음을 열었다가 돌아오는 건 기다림과 외면뿐이라는 걸 알게 된 민서. 동정은 필요 없다면서도 사랑이 그리운 해서. 혼자 남기 싫어 자신의 모든 걸 주고야 마는 솔. 


소설의 제목이 왜 『완벽이 온다』일까 궁금했다. 소설이 중반으로 흘러가면서 이 소설의 제목 『완벽이 온다』는 완벽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에 상처받고 버림받은 세 명의 아이에게 완벽이 찾아온다. 원가족의 따뜻함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세 명의 아이들은 다치고 무너지면서도 가족을 찾아낸다. 만 18세가 되면 보호 종료가 되어 그룹홈에서 나와야 하는 자립 준비 청년의 실상을 『완벽이 온다』는 담담하게 그려낸다. 


우리는 왜 살아야 할까.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할까. 고통스러운 순간을 감내하면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생명은 소중하니까? 대책 없는 낙관과 대책 없는 비관 사이에서 어디로 걸어가야 하는지 방향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이대로 멈춰도 되지 않을까. 삶과 죽음을 놓고 저울질하면서 민서, 해서, 솔은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찾아낸다. 


미워했다가 그리워했다가 다시 미워하는 마음을 갖다가 여러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을 넓혀둔 채 살아가기로 한다. 희망과 용기를 가지라는 대책 없는 말로 『완벽이 온다』는 우리를 위로하지 않는다. 좁은 집에서 각자의 자리를 만들고 지금 오고 있을 완벽이를 위해 환영의 꽃을 놓아둔다. 우리를 살게 하는 건 그런 거다. 밝은 색깔의 꽃 한 송이. 달달한 초코 아이스크림. 조금 비싼 스테이크. 볼을 비빌 수 있는 푹신한 매트.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민서, 해서, 솔은 때론 화를 내고 다시 화해를 하면서 서로의 얼굴에 걱정이 드리워 있진 않을까 살펴보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완벽한 삶으로 가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에게 완벽이 오고 있으므로 삶으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자 내 손을 잡아.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주는 『완벽이 온다』. 싸워도  괜찮아. 너희들은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예쁘고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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