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보다 강한 감정
마르크 레비 지음, 장소미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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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

 

마르크 레비의 최신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책을 받고 표지의 여자를 보며 뭔가 아련하고 그리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작품 속에서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이라는 말은 두 번 등장한다.

 

앤드루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 산봉우리에 도전하는 게 용기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는 생각해볼 문제인걸요."

수지가 말했다.

"용기는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일 뿐이에요.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요?" (116쪽)

 

 

"그 사람이 떠나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나한테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요."

수지가 발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빙긋 웃더니 말했다. "두 사람이 행복하길 빌어요."

발레리가 말했다. "여기까지 날 만나러 오다니, 대단한 용기를 내셨네요."

수지가 여행 가방을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용기는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일 뿐인걸요."

그러고는 발레리에게 인사하고 멀어져갔다. (423쪽)

 

우리는 인생에서 '용기'를 내야할 때가 많다. 용기는 두렵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야지만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그 상황을 극복하려는 용기보다는 시류에 편승해 버릴 때가 더 많을 것 같았다. 사회의 불합리함이나 사회적 모순에 대해서 분노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용기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사회에 바른 소리는 예전보다는 그 영향력이 감소된 듯 하다. 음식이나 문화 등 일상생활에 대해 얘기하는 채널은 많아졌지만 정작 사회의 불합리함에 관심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용기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용기와 국가의 비리를 고발할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사회의 불합리함에 대해서 문학적으로 구성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지은 마르크 레비는 파리 도핀 대학에서 경영학과 컴퓨터를 저공하고 건축설계 전문회사를 세워 500곳이 넘는 기업의 사무실을 설계했다고 한다. 그는 2000년에 아들 루이를 위해 쓴 첫 소설인 <저스트 라이크 헤븐>이 출간 즉시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해외 여러 나라에 소개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소설은 영화화 되기도 했고 다른 소설들도 많이 들어봤을 정도로 최근 각광 받는 소설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작가로 데뷔한 이래 근 15년 동안 출간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순위 3위 아래로 밀려나본 적이 없다. 게다가 한 해도 작품 출간을 거르지 않아 성실하고 근면하게 성공한 스타작가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가 세계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의 소설에는 미스터리나 추리적 요소, 과거의 추억이나 사건, 사랑과 우정이나 용기 등의 긍정적 감정, 해피엔딩이나 반전과 유머 등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한 권의 소설 속에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취향의 독자들을 만족시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된 것이다.

 

이 소설도 그가 우연히 읽은 신문의 단신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약 50년 전에 프랑스 몽블랑에 추락한 인도 여객기 칸첸중가의 잔해에서 발견된 우편물 속에서 인도 외교관의 편지가 나와 그의 후손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프롤로그에 등장하고 그로부터 50년 후에 그 외교관의 비밀문서와 열쇠를 찾아낸 수지 베이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지 베이커는 냉전 시대에 간첩으로 암살된 외할머니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 사건의 단서를 <뉴욕타임스> 기자인 앤드루 스틸먼과 함께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마주한 엄청난 비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비밀에 대한 증거가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음모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오존층 파괴와 해수면 상승, 그로 인한 이상 기온과 급격한 자연재해 증가는 바로 부메랑처럼 환경을 파괴한 결과가 인간에게 재앙을 내리고 있는 거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 파괴에 대해 세계의 각 국가가 대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환경 파괴에 대한 죗값은 우리가 아닌 우리의 후손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 등장한 앤드루 스틸먼 기자는 마르크 레비의 전작인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의 주인공이다. 그 당시 형사가 주인공이 아닌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던 레비가 창조한 인물로서 알코올 중독으로 인생의 나락을 경험하지만 직업에 대한 열정으로 고난을 극복한 남자로서 인간적인 면모와 결단을 가진 인물이었다. 마르크 레비는 이 인물에게 깊은 애착을 느껴서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에도 다시 등장하게 된다. 마르크 레비는 이 인물이 다른 작품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 같다며, 자신에게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포와로 같은 존재라며 밝히기도 했단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을 읽지 않아도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은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앤드루 스틸먼이 마르크 레비의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등장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지면 후속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마르크 레비의 <그림자 도둑>을 집에 두기만 했는데, 이번 기회에 책장에서 꺼내 읽어보고 싶어졌다.

 

 

* 네이버 책좋사 북하우스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샤미르가 고개를 쳐들면서 물었다. "정상에 오르면 정말 나한테 청혼할 생각이었어?"
"당신이 나한테 청혼하게 만들 생각이었어. 당신은 그랬을 거고." 수지가 대답했다.
그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 서약을 주고받아야겠는걸."
"저 위에서. 여기서 빠져나가면. 그 전에는 안 돼."
"수지, 날 당신의 남편으로 받아주겠어?"
"그만, 샤미르. 제발 그만."
그녀에게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가 덧붙였다.
"사랑해. 당신이 내 집 문을 두드린 바로 그날부터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됐고, 그 사랑은 멈추지 않고 커졌어. 내 신부에게 키스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당신이 좀 멀군."
샤미르는 자신의 장갑에 키스한 뒤 호 불어 그녀 쪽으로 날려 보냈다. 이어서 단호하고 정확한 동작으로 그녀와 연결된 로프를 끊었다.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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