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의 모순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에 출간되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1962년에는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하였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를 여기한 그레고리 팩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여 영화의 가치를 높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미국의 인종 차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랬기 때문에 하퍼 리의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위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로, 성경 다음으로 '강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무엇보다도 미국영화연구소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 순위를 발표하였는데, 그레고리 팩이 연기한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가 1등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슈퍼맨은 26등, 배트맨은 46등이라고 하니,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기도 하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인 메이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은 책으로서, 주인공인 스카웃이 세상의 불합리함과 모순을 깨닫고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된다는 성장소설의 전형적인 일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스카웃과 오빠인 젬은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를 잘 따르는데, 그가 인종차별이 심한 시기에 흑인을 변호하면서 겪게 되는 고난을 그리고 있다. <앵무새 죽이기> 이후 하퍼 리는 소설을 출간하지 않았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 정확하게 말하면 2015년 7월 14일에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 격인 <파수꾼>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발간된다. 벌써부터 주문 예약이 밀려 있는 상황에다가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하니, 그 열기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아서 흥분된다.

 

열린책들에서 현재 <파수꾼>의 내용을 추측해보는 이벤트를 열고 있기도 한데, <앵무새 죽이기>의 원래 제목이 <파수꾼>이었다는 것을 보면 어떤 내용일지 예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스카웃이 성인이 되어 메이콤 마을에 다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50년이 흘렀는데도 메이콤 마을의 사람들에겐 인종이나 성에 따른 차별 등이 존재할 것이다. 스카웃은 학교 선생님이 되었든 변호사가 되었든 당당한 한 사람으로서 자존감이 강한 여성으로 성장했을 것 같다. 그리고 메이콤 마을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앵무새 죽이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스카웃은 친구인 딜과 아직도 잘 만나고 있을까? 오빠인 젬은 또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애티커스 핀치는 또 얼마나 멋지게 나이가 들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원래 제목의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라 지빠귀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이미 '앵무새 죽이기'로 유명해져 있었기 때문에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왜 지빠귀를 앵무새로 번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앵무새든 지빠귀든, 이 책에서 그 새의 의미를 한번 곱씹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174쪽)

 

한 마디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앵무새는 책 속의 은둔자 부 래들리 같은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다른 새들은 밥 유얼 같은 사람을 의미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인생은 자기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자유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모여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종이든 성이든 사회적 차별은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스카웃의 게이츠 선생님이 히틀러 문제에서는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만 정작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흑인의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분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이러한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배심원들이 늦은 밤까지 고민을 한 것처럼 이 사회의 모순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그려지고 있다. 그것이 아주 오래 걸리고 있지만 말이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에게 '용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나를 위해 한 가지만 약속해주렴. 고개를 높이 들고 주먹을 내려놓는 거다. 누가 뭐래도 화내지 않도록 해라. 어디 한번 머리로써 싸우도록 해봐...... 배우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건 좋은 일이란다." (148쪽)

 

 

"...... 네가 할머니에 대해서 뭔가 배우기를 원했거든.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겨우 45킬로그램도 안 되는 몸무게로 할머니는 승리하신 거야. 할머니의 생각대로 그 어떤 것,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할머니는 내가 여태껏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용기 있는 분이셨단다." (213쪽)

 

책 한 권으로 세상을 급격하게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지 않을까 한다.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다. 다시 읽은 <앵무새 죽이기>는 전에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사회적 모순과 현실, 과거의 아련한 추억과 부성애와 형제간의 우애, 그래도 따뜻한 마음씨를 전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보살핌을 느낄 수 있어서 흐뭇해졌다.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또 어떤 것을 더 느낄 수 있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후속작으로 나올 <파수꾼>을 기대해 본다.

 

 

* 열린책들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애(厚愛) 2015-07-0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은데 나중에는 꼭 봐야겠어요~
리뷰와 평점이 다섯개라서 더욱 더 궁금하네요.^^
편안한 오후되세요~^^

바람향 2015-07-09 17:20   좋아요 0 | URL
네~ 지금 다시 읽으니,,, 또 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전에는 뭣도 모르고 그냥 읽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ㅠㅠ 책을 다시 읽으면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더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곧 이 책의 후속작인 <파수꾼>이 전세계에서 동시에 발매된다고 하니, 저도 더욱 더 기대가 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