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만 해도 '발' 하면 별로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진 않았다. '발고랑내',' 족발 치워!' '개발에 땀나게' '새발의 피' '발랑 까졌네' 등등...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발'이 떴다. 발에 인간의 오장육부가 다 들어있고, 발이 튼튼하면 오장육부가 튼튼해진다고 해, 발마사지 열풍이 장난이 아니다. '다나몰'이라는 사이트에서는 각양 각색의 발마사지 기계를 79,000원에서 199,000원에 팔고 있고, '크리스찬 바바라'에서는 1급 발마사지사라는 사람이 출장마사지를 해준단다.
공부를 해보니 '발'이 중요시된 건 요즘의 일은 아니란다. 크리스찬바바라 사이트에 나온 설명을 요약한다.
[중국의 오래된 의술책엔 발이 '제2의 심장'이라고 되어 있고, 삼국지에도 나오는 명의 화타가 만든 '족심도'는 오늘날까지도 전해 진다...피트제럴드라는 미국 의사는 1913년 'Foot zone therapy'라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하고, 독일 의학자는 발건강법을 개발, 일반인에게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10년 전부터 한양대병원과 영동세브란스 재활의학과에 '족부변형 클리닉'이 생겨 전문적인 발 치료에 눈을 돌리고 있다]
어설프게나마 의사면허증이 있는 처지라 한방 냄새가 물신 나는 발건강법을 마냥 추종하긴 싫었는데, 영동세브란스에 발 클리닉이 있다는 게 어딘가 이상했다. 그 병원 사이트를 들어가봤다. 그랬더니 족부변형 클리닉 대신 '발 통증 클리닉'이 있는데, 이렇게 설명이 되어 있다.
[족부의 통증, 변형, 그리고 불편감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여 ...약물치료 및 물리치료를 시행하고, 변형된 발을 교정하기 위해 신발 및 보조기를 처방하고...수술을 의뢰하는...발만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는 클리닉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크리스찬 바바라의 설명처럼 발 건강법을 시행하는 게 아니라 발의 기형을 치료하는 곳이다. 혹시나 하고 들어간 한양대 병원도 '발클리닉'이 있긴 하지만 기능은 같다. 그럼 그렇지. 양방에서 발마사지를 해줄 리가 없지.
물론 한방이라고 다 무시할 건 아니다. 나도 삔 곳이나 뇌졸증 등에는 한방이 더 효과가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며, 경희대가 그렇듯 미래에는 양방과 한방이 서로 협력하여 환자를 치료해 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한의대의 커트라인은 이미 의대의 그것을 넘어섰고, 심지어 의대를 나오고도 한의대를 다시 들어가는 사람이 생길 정도가 되지 않았는가. 그렇긴 해도 난 한방에 대해 일정한 불신감을 갖고 있다. 비싼 돈을 주고 지어주는 보약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부터, 아픈 부위와 통증의 성질은 다른데 왜 다 비스무레한 약을 지어 주느냐, 사슴뿔이 그렇게 몸에 좋다면 사슴은 그럼 무병장수하느냐 하는 딴지성 의문까지, 한방에 대한 나의 불신은 뿌리가 깊다. 내가 불신하든 말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의보다 한의사를 더더욱 신뢰하는 것같다.
그게 우리 특유의 '신토불이' 정신 때문인지, 아니면 허준이 쓰고 MBC에서 방영한 <동의보감> 때문인지, 아니면 그간 양의가 잘못한 게 많아서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건....아무리 생각해도 발마사지는 미신 같다. 오래된 중국책에 써 있다고 다 진실은 아니잖는가?
내가 가끔 산책을 가는 여의도 공원에는 발을 지압해 주는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밤이 깊은 시각에도 많은 이들이 맨발로 오돌토돌한 길을 걷는데, 오래 전에 발마사지 자격증을 따신 우리 어머님은 그곳의 매니아로, 한번 가셨다 하면 열바퀴가 넘도록 그 길을 걸으신다. 나한테 해보라고 계속 권해서 큰맘먹고 한바퀴를 돌았는데, 너무나 아팠다. 아파하는 날 보던 어머님의 말씀, "그게 니가 건강하지 않아서 그래" 과연 그럴까? 그 다음에 돌 때는 그보다 훨씬 덜아팠으니, 하루 사이에 내가 건강해진 거란 말인가? 우리 어머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엉터리다!
그 길 한쪽엔 표지판이 있는데, 발 모양이 그려 있고 위치별로 지압을 했을 때 어디를 좋게 하는가가 나와있다. 복잡하기 짝이 없어 보다 말았는데, 발을 지압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정도면 모르겠지만, 당뇨, 심장병, 암 등 모든 병을 다 예방할 것처럼 선전해 놓은 게 영 미덥지 않다. 발마사지, 그놈의 정체는 과연 뭘까? 최소한 좋긴 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