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당신의 뒤는 누가 봐 주고 있나요?
여자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보면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많다. (남자도 많겠지만 내가 남자가 아닌 관계로 그냥 생략하기로 한다.) 우선 성희롱의 대상이 될 수 도 있는데 그건 분명 남자가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수치보다는 높다. 거기다 똑같은 남자 사원과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이것은 승진과 급여로 연결된다. 싱글즈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 동미(엄정화)가 죽도록 일한 프로젝트를 상사가 가로채고 그녀에게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날 손님을 맞을 준비나 잘 하라고 한다. 한마디로 일다운 일은 남자가 하고 여자는 그저 그날 접대나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별들은 차라리 낫다. 이건 적어도 성차별이라며 불끈 할 수라도 있고 수많은 전국의 여성 동지들과 함께 속으로나마 투쟁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가 여자의 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적의 뒤에는 대게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녀의 뒤를 봐주는 남자 상사가 있다.
예전에 우리 회사 부장이 이뻐하던 아줌마 사원이 있었더랬다. (부장이 나이가 워낙 많아 처녀를 찝쩍거리기엔 양심에 난 털이 흔들렸었나보다) 그 아줌마는 입사 첫날부터 부장에게 알랑방구를 뀌기 시작하더니 툭하면 부장과 함께 퇴근하고 부장과 함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곤 했다. 그들이 갔다가 온 장소는 이미 이 도시에서는 유명한, 불륜들이 들끓는다는 곳에 위치한 밥집과 술집이었다. 사실 그들이 모텔 혹은 호텔로 직행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회식자리에서도 둘이 딱 붙어앉아 어느정도 술이 들어가면 부둥켜 안고 난리 부루스를 추는것으로 보아 심증은 충분히 가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 아줌마는 처음에는 나보다 훨씬 낮은 급여로 들어왔으면서 연봉협상에서 각종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근무평가도 놀랍도록 잘 받아서 나보다 연봉이 훨씬 앞서 버렸다. 그러다 부장이 쫒겨나면서 여자도 함께 사표를 쓰고 나가게 되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부장이 없는 그녀는 더 이상 이 회사에서 그 연봉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그녀는 연봉 제계약이 끝나자 마자 나갔다.) 나는 그녀를 볼때 마다 정말 속이 상했었다. 과거 분명 내 아래 직원이었을때도 그녀는 부장빽을 믿고 심심하면 나를 불러서 일을 시켜 먹었다. 것도 그녀가 직접 시키면 '내가 왜?'라고 하겠지만 그녀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 부장의 입을 통해 시켜야만 내가 찍소리도 못하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나보다 연봉이 올라가자 지가 할 일들을 직접 불러서 노골적으로 시켰다.)
내 친구가 들어간 회사는 대학생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디자인 회사 3위안에 꼽히는 좋은 회사였다. 그런데 그 친구와 함께 입사한 모든 여직원들이 다 관둬버렸다. 바로 사장과 내연관계에 있는 주임인가 뭔가 하는 여자가 신입이 들어오면 죽도록 괴롭혔기 때문이다. 모두들 회사를 관두면서 사장에게 직접 찾아가서 그 주임이란 여자때문에 못견뎌서 관둔다고 말을 해 줬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굳건하게 회사를 다닌다고 한다. 그 사장에게는 실력있는 여 직원 보다는 침대에서 함께 뒹굴며 정이든 그 여 직원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얼마전 내 친구는 회사에 시험을 보았다. 경력직 사원에 지원한 그 친구는 얼마후 허탈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분명 경력 5년 이상에다 관련학과 전공자여야 하는데 뽑힌 사람은 아직 대학생인데다가 경력이 겨우 6개월 (그 회사 아르바이트 경력임) 인 어떤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뭔가 빽이 있어서 면접까지 올라 왔나보다 했었는데 2차에도 3차에도 그 여자애는 꾸준하게 면접을 보러 왔다고 한다. 그래도 설마설마 했었는데 나중에 도는 소문을 들으니 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높은 간부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고 그 여자애를 그냥 넣어줄까 하다가 그래도 대외적인 쑈는 한번 해야겠기에 공고를 내고 시험을 보게 하고 면접을 봤다는 것이었다. 이미 회사 내에서는 파다하게 소문이 난 상황이고 다들 면접보러 온 사람들이 불쌍하다며 한마디씩 했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말 했었다. 자신의 경력과 실력으로도 넘을 수 없는 담은 높은 간부 앞에서 옷을 벗을 수 있는 여자라고 말이다.
예전에 모 지방 방송국의 주주가 바뀌면서 전혀 관련없는 쪽에 일을 하던 사람이 국장, 부장의 직함을 달고 대거 들어왔다고 한다. 그들은 어느날 남자 직원들을 대동하고 룸쌀롱에를 갔다. 그리고 그 중 유독 잘 놀고 예쁜 여자애에게 어떤 간부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다음날 그 간부가 그 여자애를 데리고 출근 했다고 한다. 부장과 함께 밤을 보내고 나란히 회사에 온 그녀는 그날부로 리포터가 되었다고 한다. 리포터 정도야 아무나 시키면 어떻겠냐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여자들이나 그 방송국에서 리포터를 하는 여자들은 한순간에 몹시 허탈해 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룸쌀롱에 다니던 여자가 리포터를 하면 안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런 방법으로 들어오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
물론 내가 말한것은 극소수에 해당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저런 극소수의 케이스가 나머지 여자들에게는 큰 타격을 준다. 열심히 일하고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죽도록 노력한 여자가 단지 상사와 함께 침대를 쓴 여자에게 밀려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말이 안되는 일이 알게 모르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녀들은 든든한 뒷빽을 배경으로 밤인지 낮인지 모르고 일하느라 초췌한 여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근사한 자리와 높은 연봉을 낚는다. 그것도 능력이요 실력이라고 말 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너도 억울하면 상사와 적당히 뒹굴어주라고 말 한다면 더더욱 할 말 없겠지만 이건 참 아니다 싶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어리고 예쁜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맽는 남자들도 물론 잘못되었지만 나는 저런 경우 그 여자들이 더 밉다. 차라리 어떤 돈 많은 남자의 정부가 되어 아파트 한 채 받고 돈 펑펑 쓰며 살면 우리처럼 일하는 여자들의 사기나 안 떨어뜨릴 텐데 말이다. 그녀들은 우리 앞에서 한참 앞서가며 말한다. '미련한 것들. 눈 한번 감으면 그만인데 왜들 저 고생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