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아는 최고의 인터뷰어인 지승호님은 인터뷰 전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한다. 상대가 공적으로 행한 모든 발언을 꼼꼼히 챙기며, 질문서를 만든다. 그가 한 인터뷰는 그래서 상대로부터 우리가 평소 듣고 싶어하는 말들의 대부분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예컨대 그가 강준만에게 한 질문 한 구절을 보자.
[지: '측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은 없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화장실도 안 가는 줄 알았다'고 하다가 자기의 환상이 깨지면 적으로 변하는 수도 있는데, 그런 점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을 기피하시는 건 아닙니까?
강: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고, 제 체질이에요. 테이블 놓고 서서 칵테일 파티 비슷한 거 할 때가 있는데, 잔 들고 돌아다니면서 먹잖아요. 전 그게 불편해서 그런 자리 가면 저쪽 구석 자리에 앉아 있어요. 사람 만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고....이하 생략 (다시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86쪽)]
강준만에게 궁금했던 게 왜 그가 사람을 안만나며, 전화도 안놓고 사는가 하는 거였으니, 지승호님이 던진 질문은 참으로 적절했다.
최근 <마광수 살리기>라는 책을 읽었다. 마광수의 애제자라는 남승희는 장시간 동안 마광수와 대담을했는데, 책의 절반 가량이 그걸로 채워져 있다. 사실 재판 이후 속세와 인연을 끊고 칩거하다시피 해 온 마광수의 심정을 알고 싶기도 해서 책을 집었는데, 대담을 주도하는 것은 오히려 남승희였다.
남:....뉴욕 지하철에서는 차량의 낙서를 지우고 무임승차 단속을 했더니 전체적인 범죄율이 급락했다고 해요.
마: 굉장히 흥미로운 얘기네요.
남: 그렇죠?... 카오스 이론을 한의학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군요....
마: 정말 재밌겠는데요.(95-96쪽)
남: 얼마 전에 현학주의의 대표주자였던 <키노>가 폐간됐습니다....그런데 <시네21>이 좀 이상해져서, 재미있다 없다가 아니라 한국 영화다 아니다에서 출발하는 요상한 경향이 강해졌어요. 별로 아닌 영화도 막 밀어주고요...좋지 않은 작품을 좋다고 하는 건 독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도덕심을 저버리는 거거든요.
마: 그렇게 심각한가요?
남: 심하죠. 기본적으로....어쩌고 저쩌고....
물론 남승희의 말 중에 새겨들을만한 훌륭한 말들이 많았던 것은 인정하지만, 아무리 '대담'의 형식을 빌었어도 그 자리는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마광수의 목소리를 듣자는 게 아니었을까? 지승호님이었다면 좀더 괜찮은 인터뷰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게, 그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