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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평점 :
‘진보 지식인 강준만, “문 대통령, 최소한의 상도덕 안 지켰다.”’
강준만의 신간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를 소개하면서 조선일보가 뽑은 제목이다.
조선일보로서는 진보학자인 강준만이 대통령을 비판한 게 반가웠고,
그래서 서평기사로는 이례적으로 1면에 이 기사를 배치했다.
여기에 관해 미디어오늘은 해당 출판사 편집장의 말을 빌려 조선일보 보도를 비판했다.
편집장은 이 책이 다양한 주제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이 책이) 오로지 진보진영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한 인상을 줬다”으며, 이는 “편협하고 정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관해 느낀 점 세 가지를 적는다.
첫째, 조선일보의 보도에는 의도가 있었지만, 팩트가 아닌 것은 아니다.
책의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정치에서도 제대로 된 소비자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치가 아무리 개판을 쳐도 무관심으로 대처하고, 선거 땐 그 개판 친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기꺼이 표를 던진다. 우리는 시민들에게 제발 소비자의 자세를 가져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139쪽)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만,
주제가 정치이다 보니 현 정부와 관련된 이야기가 제법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일본불매 얘기에서도 정부의 대응을 지적하고 있고,
진보언론을 다루는 2장에는 문빠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그리고 145쪽에는 조선일보 보도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최소한의 상도덕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욕하는 이유가 책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보도하거나
관련없는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도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기사는 그간 조선일보의 행태로 보아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둘째, 편집장은 멋있었다
내 경험을 잠시 이야기하자.
윤지오를 욕하는 책을 내고 판매량이 거의 0에 수렴하던 때, 조선일보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들로선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 인터뷰가 나간 이후 내 책의 판매고는 껑충 뛰었다.
이 사실에 난 매우 놀랐고, ‘조선일보가 아직도 이런 힘을 갖고 있구나!’는 걸 느꼈다.
강교수의 이번 책은 출간된 지 며칠 안된 시점에서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무려 11,640이다.
최근 나온 강준만 교수의 책 중 가장 단기간에 1만을 넘은 책이 아닐까 싶은데,
여기엔 조선일보가 1면에서 이 책을 소개한 게 크게 이바지했으리라.
나 또한 그 기사를 읽고 잽싸게 책을 구매했다!
코로나19로 책이 안 팔리는 시점에서 나온 대박이기에 반갑기도 할 테지만,
편집장은 미디어오늘에서 조선일보의 보도를 격렬한 어조로 반박한다.
출판사인 인물과 사상이 조선일보 반대를 사시로 내걸다시피 출범한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힘이 센 언론사가 마음먹고 실은 기사를 욕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다.
출판사를 위한답시고 조선일보와 선뜻 인터뷰를 한 나와 대조되는 행보,
이런 편집장이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면, 우리가 좀 밀어줘야지 않겠는가.
셋째, 강준만 교수는 살아있다
내가 사회에 대한 글쓰기를 하게 된 게 다 강교수님 덕분이라는 건 여러 번 말한 바 있다.
그래서 그분이 책을 내면 일단 사드리고 리뷰까지 쓰는 걸 원칙으로 삼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사기만 하고 리뷰는 안쓰게 되더니,
최근에는 아예 사지도 않는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던 판에 간만에 강교수님 책을 읽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 ‘역시 이분은 한국사회의 큰 어른이다’는 걸 새삼 느꼈다.
편집장은 말한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해보시기 바란다.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이 보도한 내용이 얼마나 편협하고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
정말 그렇다. 이 책은 단지 현 정부 비판이 아닌, 우리 사회의 여러 면을 언급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고 역설한다.
여기에 더해 조선일보의 정치적 의도도 알 수 있게 해주니,
코로나19로 외출을 삼가는 동안 읽어야 할 책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알라딘 포인트 10만의 그날을 위해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