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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열정을 말하다 ㅣ 인터뷰로 만난 SCENE 인류 1
지승호 지음 / 수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안그런 책도 있지만, 대부분의 책은 나온지 한달 안에 대부분이 팔린다. 지승호님이 <감독, 열정을 이야기하다>를 냈을 때, 일부만 읽고 급히 리뷰를 올린 건 그런 조급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달 뒤부터 그 책의 나머지를 마음잡고 읽으면서, 난 리뷰를 미리 쓴 걸 후회하기 시작했다. “지승호가 당신을 인터뷰한다면...당신 블로그의 첫 번째 글부터 마지막 글까지 다 읽고...댓글 하나하나까지 빼놓지 않을 것” 책날개에 있는 비숍님의 글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지승호님은 내가 아는 가장 성실한 인터뷰어다. 그런 지승호님이 스스로 이 책을 평한 글이 다음과 같다. “이번 책은 성실함과 집요함이라는 코드만 가지고 따진다면 <7인7색>(저자의 이전 책)과도 비교할 수 없는 책이다”
그렇듯 성실함으로 점철된 이 책을 일부만 읽고 리뷰를 쓴 게 얼마나 부끄러웠겠는가? 한 책에 중복 리뷰를 쓰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책을 그리 늦게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의 진도를 난 아주 조금씩밖에 나가지 못했다. 재미가 없어서는 결코 아니었다. 나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재미없을 수는 없으리라. 그럼 왜? 이렇게 비유를 하자. 내가 야구의 투수라고 치자. 난 타율이 높은 중심타자를 만나면 아주 신중하게, 공을 많이 던져가며 바깥쪽 승부를 한다. 반면 타율이 낮은 타자에겐 과감하게 한가운데로 찔러 넣는다. 그렇게 안하면 한게임을 다 던질 수 없으니까. 근데 이 책은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다 중심타자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술렁술렁 읽을만한 대목이 없다. 그러니 속도가 느릴 수밖에.
<괴물>을 찍은 봉준호 감독이 조감독 시절 연봉이 200만원이었고, 할 수 없이 결혼식이나 회갑잔치 비디오를 찍으며 살았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아팠고, “다른 길을 가야 할 사람인데 어렸을 때 같은 반 친구였다는 이유로 서로 불편한데도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는가”라고 한 류승완 감독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한미 FTA를 체결하려는 재경부 공무원이 언론에 대고 “배우들 외제차 탄다”고 비난하는 게 웃기는 일이라는 변영주의 일침에 역시 공감했는데, 웃었던 대목도 있다. 봉준호가 <살인의 추억>을 찍었을 때 한 평론가가 그의 데뷔작인 <플란더즈의 개>를 칭찬했단다. 봉준호의 대답, “내 참, 그렇게 좋으면 개봉했을 때 얘기 좀 해주시지, <살인의 추억> 찍고 나니까 그런 말을 하잖아요. 그런 분들 보면 얄미워 죽겠어요...그런 사람들 <플란더즈> 때는 다 어디 가 있었던 사람들이에요?”
다음으로 김지운 감독의 유머. “배우를 캐스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요?”란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일단 스케줄이 맞아야 되겠죠.”
인상깊은 대목에는 동그라미를 치는지라 이 책은 온통 빨간 동그라미 천지인데, 이 책을 읽고나면 감독들의 세계를 잘 알 수가 있기도 하지만 스크린쿼터가 왜 있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을 거다. 한가지 의문스러운 점.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50%를 넘을만큼 잘나가는데, 그리고 그 선봉에 서 있는 인기 감독들만 모아서 아주 성실하게 인터뷰를 해 놨는데, 이 책이 왜 아직 베스트셀러가 못된 걸까? 영화팬 여러분, 영화도 공부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답니다. 그리고 지승호의 책은 아주 좋은 교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