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못생겼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누군가가 나더러 잘생겼다고 하면 불끈 화가 난다.
그게 진심이 아니라 생각해서다.
이런 나도 스스로를 실제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얼마 전 강연을 한 곳은 강연자의 피겨를 만들어주는 독특한 관행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 피겨를 보자마자 "이건 좀 아니지 않냐!"며 절규하고 말았다.
아무리봐도 이건 실제의 나보다 더 못생겼지 않은가!
분을 이기지 못한 채 사진을 찍어 아내에게 전송했더니 아내가 이런다.
"ㅎㅎㅎㅎㅎ 나 실물사진인 줄 알았다"
그랬다. 나랑 같이 사는, 가끔씩 "넌 못생기지 않았어"라고 위로도 하는 아내는
내가 저 피겨처럼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난 스스로 못생겼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실제론 저거보단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뿐 아니라 많은 남성들이 자신을 괜찮은 외모라고 생각한다던데
나 역시 거기서 자유롭지 않았던 것이다.
이 피겨를 가져가면서 이걸 어디다 쓰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지금 아내는 이 피겨를 내가 말 안들을 때 때리거나 찌르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밖에 있을 때 몸 어딘가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이런 생각을 한다.
아내가 또 내 피겨를 때리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