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라서 좋다 - 오지혜가 만난 이 시대의 '쟁이'들
오지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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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읽어야 할 책을 한군데다 쌓아놓는다. 웬만한 사람 키높이를 넘어버린 지금, 그 안에 파묻힌다는 건 책의 역할을 하기까진, 즉 내게 읽히기까지 몇 달에서 몇 년까지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 된다. <딴따라라서 좋다>라는 책은 한번도 거기 있은 적이 없다. 그 책은 내가 라면을 끓여먹곤 하는 테이블에 늘 놓여 있었다. 그건 아마도 저자 오지혜에 대한 신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이 뭔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손에 쥐자마자 마지막까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책은 흡인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흡인력은 그가 인터뷰를 했던 배우들의 명성 때문이 아닌, 오로지 오지혜의 놀라운 입담 때문이었다. 인터뷰라는 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오지혜는 이 책에서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자신이 하고픈 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조건이 다른 나라 사람의 피라면 그건 정당하지 못한 게 아닌지 물었다(82쪽)

-우리나라에 없는 게 석유 말고 ‘괜찮은 남자’라고 누가 농담을 한 적이 있는데 하나 더 있다. ‘공부하는 프로’다. 경력이 10년 이상 된 프로들이 그네들처럼 겸손하게 공부하는 자세로 일을 한다면 석유쯤은 안나와도 국력이 빵빵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88쪽).

-솔직히 난 그녀(이경실)의 사생활은 조금도 궁금하지 않다. 내가 정말 궁금한 건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이었다. 해도 되는 전쟁이란 있을 수 없듯이 ‘맞을 짓’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160쪽)

-그나마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평소 한심한 신문이라고 흉봤던 조선일보가 주는 상을 덥석 받았기 때문이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손가락질하던 그 손가락 끝에 자신이 와 있음을 눈치채는 것이다. 난 어른이 됐다 (177쪽)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그가 불렀던 “사랑밖에 난 몰라”는 그가 가진 재능의 극히 일부였던 거였다. 고백한다. 내가 오지혜를 무지무지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하긴, 연기 잘하지, 글 잘쓰지, 거기다 사회의식까지 갖춘 이 딴따라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가 출연하는 연극이 뭐가 있는지 찾아서 보러 갈 생각이다. 혹시 기회가 닿아서 말이라도 건낼 수 있게 되면 조속한 시일 내에, 그리고 자주, 책을 내주기를 부탁해 봐야지. 갑자기 68년생인 동생이 부러워진다. 그랬다면 “저랑 동갑이시네요!”라고 접근할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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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10-14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 읽으니 저도 이 책 읽고 싶은 충동이 모락모락~~~
대학 때 연극동아리 뛰며 연극에 미쳤었어요. 올 겨울엔 저도 서울 나들이 가서 소극장에 앉아 열정적인 사람들 보고 와야겠네요. 좀 젊어지겄지요? ㅎㅎㅎ

수퍼겜보이 2006-10-1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라고 부르세요~" 하며 접근해보세요.

마노아 2006-10-1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이 책 피해갈 수 없네요. 오지혜씨 참 날카롭더라구요. ^^

비로그인 2006-10-15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손가락질하던 그 손가락 끝에 자신이 와 있음을 눈치채는 것이다. 난 어른이 됐다 -> 아.. 이 부분 너무 멋져요

Mephistopheles 2006-10-1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평소 한심한 신문이라고 흉봤던 조선일보가 주는 상을 덥석 받았기 때문이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손가락질하던 그 손가락 끝에 자신이 와 있음을 눈치채는 것이다. 난 어른이 됐다 (177쪽)

이부분에서는 저를 보는 것 같아요..S그룹을 그렇게 욕하면서 무슨 물건 살때 왠만하면 S사 물건을 안사는 제가..이번 펀드를 S그룹 관련 상품을 사버렸으니까요..

다락방 2006-10-1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읽고싶어지잖아욧.

마태우스 2006-10-1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헤헤 지름을 유도하는 그런 리뷰를 한번 써봤습니다 성공이군요
메피님/아이 그런 생각 갖지 마세요 제품이 나빠서 비판하는 게 아니니깐요.
크리미슈슈님/그죠? 저도 보면서 가슴이 뭉클 아니 뜨끔....
마노아님/그러게 말입니다. 날카롭고 부드럽고....하여간 미녀죠
수퍼겜보이님/제나이 또래에서 한살 차이를 가지고 오빠 소리를 들으려면...대략민망^^
비자림님/님의 내공은 바로 그 세월에서 나오는 거군요. 저도 그런 세월이 있어야 할텐데, 전자오락에 미쳤던 시기만 있을 뿐...

2006-10-16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0-1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유도하고 있는 리뷰에요. 호호~ 담아두고 갑니다.

소라껍데기 2006-10-18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필름 2.0인가 씨네21에서 오정혜씨의 인터뷰가 연재되는 걸 봤었는데요. 그 걸 책으로 엮은 건가요? 암튼, 제가 무척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렇게 책까지 냈군요. 읽어봐야겠네요.
마태우스님의 일상을 빼곰히 들여다보고만 갔었는데..ㅎㅎ
좋은 리뷰 늘 잘 읽고 갑니다^^

바람에 맡겨봐! 2006-10-1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평소 오지혜 씨를 마음속으로만 흠모했었는데 역시 괜찮은 책이었군요.

마태우스 2006-10-19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에맡겨봐님/그럼요 후회 안하실 겁니다^^
소라껍데기님/아이 칭찬은 감사하지만 부끄러워요 리뷰 진짜 잘쓰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전 사실 리뷰는 허접이죠...^^
배혜경님/제 유도가 좀 먹혔나요? 호호
속삭이신 분/감샤합니다. 역시 님은 제 우상!

하얀찐빵 2006-10-3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었었는데..무척 부러웠어요..딴따라가 되고 싶었는데..쩝..
마태님은 이미 딴따라 아니신가요..^^ 알라딘 인기 글쟁이....

픽팍 2006-12-25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한겨레21에서 연재되었던 거 모아놓은 것 같네요. 그 때 가끔씩 읽어보곤 했는데, 오지혜님은 뭐랄까 진짜 연기자이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다른 분들이 가짜 연기자라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연기하는 그런 여배우인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