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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박3일의 연수교육을 어떡하면 보람있게 보낼까 하다가 미래소년님이 보내주신 <말리와 나>를 집어 들고 교육장에 갔다. 쉬는 시간마다, 그리고 별 의미 없는 강의 때 난 그 책을 폈다.
래브라도리트리버인 말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책은 개만 보면 마음이 짠해지는 내게 딱 맞는 책이었다. 말리가 노환에 시달리는 후반부가 너무도 슬픈 건 앞부분이 워낙 아름답게 그려졌기 때문. 말리와의 추억을 그린 저자의 묘사력은 감탄스럽기 그지없는데, 몇 개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동물병원 의사가) 나이가 워낙 많아서 치아와와 고양이도 구별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105쪽)
-말리는 자상하기까지 해서 나무로 된 바닥이나 부엌의 리놀륨으로 된 바닥에는 결코 토하지 않았으며 항상 페르시아 카펫을 조준했다(138쪽)
-집에 와보니... 말리는 마치 집배원을 살해한 듯한 모습이었다. 온몸에서 범죄의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139쪽).
-말리의 갈증은 끝이 없었으며 결국 나는 녀석이 낙타였을 거라는 확신에 도달했다 (180쪽)
후반부를 읽은 건 연수 목적과 동떨어진 강의가 이루어진 오늘 첫시간 중이었다. 맨 뒤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내 눈에선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잠시 후 난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야 했다. 옆자리 여자애는 황당했을 거다. 어젠 멀쩡하던 놈이 갑자기 감기라도 걸린 듯 훌쩍거리니 말이다(그래서 그런지 점심을 먹고 와보니 다른 자리로 옮겼더만. 예민한 여인 같으니라고). 가슴이 미어져 읽는 속도가 더디어졌고, 저자의 경험이 나로 하여금 벤지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해 고통스럽게 한 장 한 장을 넘겨야 했다.
개를 잃어본 경험이 없더라도 족히 눈물 한말을 쏟게 만들 이 책은 그러나 리트리버에 대해 호의적이던 내 마음을 바꿔 놓았다. 금색의 멋진 털이 못내 부러웠었는데, 책을 보니 밥도 많이 먹고 힘도 센 것이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그렇긴 해도 저자의 다음 말에 난 공감할 수밖에 없다.
“말리에게 들어간 비용과 말리가 망가뜨린 것을 복구하는 비용을 다 합치면 작은 요트라도 살 수 있었을 것이다...사실 이것은 말리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 만족, 보호, 동반자 역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307쪽).”
개를 기르고 싶은 생각이 점점 더 커진다.
* 이 책을 보내주신 미래소년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