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에 비해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나아진 게 없다는 아드보카트의 말에 대해 어떤 네티즌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네티즌도 10년째 발전 없어...”
이 글은 무수한 추천을 받으며 ‘베스트’에 등극했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의 오승환 선수가 팬클럽 회원들과 불고기집에서 만남을 가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자가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상상력을 동원해 작문 수준의 기사를 쓴 거야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오승환 선수가 여성팬들에게 둘러싸여 찍은 사진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이었다. 간혹 양식 있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개는 이런 수준이었다.
-진짜 애들이 막 생겼네.
-여성들 미모를 보니까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
-확률적으로 봐도 웬만하면 여자들 10명 모이면 그중 한둘은 이쁜 법. 아 저기있는 분들은 확률을 깨버리네 오승환"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냐"
-승환이 너 다 가져라. 어서 저런 여자들만 모아서..
-여자들 이뻤으면 회 사주려고 했는데, 그냥 불고기로 대충 때웠구나. 다시는 모임에 안 나갈꺼에요 정말 볼끝이 좋은 직구를 저 얼굴에 던지고 싶어요
-승환이가 참 성격이 좋아..저런 애들 밥도 사주고
-저 얼굴들 보고 밥 묵으면 식중독 걸리겄다,,어디 소화나 되겄어?
-오승환한테 시집갈려구 장난아니네
-저 남자들 중에서 오승환이 젤 잘생겼네요
여자 사진을 보면 꼭 한마디씩 하고 싶은 남자가 많고, 나 역시 졸업앨범을 보면서 그런 짓을 안한 건 아니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에다 저따위 댓글을 남기는 네티즌 문화는 정말이지 한심하다. 거기 참석한 오승환의 팬들은 당연히 큰 상처를 입었고, 분개하고 있다. 이 정도는 약과인지 모르겠다. 백지영의 노래가 1위를 했다는 기사를 비롯해서 그녀의 이름이 언급된 모든 기사에는 엄청난 댓글이 올라온다. 물론 대부분이 “그런 짓을 했으니 자숙해야지”라는 어처구니없는 것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표피적 감정의 배출구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다.
뻔히 다 아는 사실을 뭐하러 말하냐고 할지 모른다. 내가 이러는 건 8년 전에 접했던 PC 통신 시절이 그리워서다. 그때는 “어의없다”처럼 기본적인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은 없었다. 마초적인 배설을 하는 사람 역시 드물었고, 싸울 때도 다들 예의를 차렸다. 그 당시 PC통신은 고급문화에 속했다. 사용자가 가장 많았던 천리안이 60만 정도였으니, 유니텔과 하이텔을 다 합쳐도 200만이 안됐을거다. 그러니 PC 통신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난 비교적 늦게 PC통신을 접했는데, 글 잘쓰는 사람이 워낙 많아 주눅이 든 상태였다. 후에 딴지일보를 창간하는 김어준 씨가 엄청난 조회수와 추천수를 기록하는 게 어찌나 부러웠던지. 그래도 열심히 하다보면 내 이름도 알려지겠지 싶어서 열심히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 사용자가 2천만을 넘는다고 한다. 인터넷은 더 이상 고급문화가 아니며, 사람이 많아지면서 획득한 익명성은 상대에 대한 욕설과 비방을 가능하게 했다. 인터넷이 대통령 당선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건 분명 진보라 할 만하지만,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댓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10년 전 PC통신을 하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참고로 그 당시 내 메일 주소는 matheus@chollian.net이었고, 그 계정으론 스팸메일을 별반 받아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