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으시겠어요.”

학생들과 더불어 제주도로 수료여행을 간다는 얘길 들은 심복이 한 말이다. 과연 그럴까. 놀러가는 게 아니라 인솔하는 임무를 띠고 가는데도? 다른 페이퍼에서도 한 얘기지만, 같은 또래가 아닌, 세대차가 나는 학생들과 가는 건 그리 재미있는 건 아니다. 내가 젊게 살려고 노력을 하건 말건, 학생들에게 나는 잔소리를 하는 꼰대일 뿐이다. 내가 2박3일을 같이 있지 않고 올라오는 것도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고, 애들한테 회나 한번 사주는 게 내 의무이자 권리였다.

용설란이라는 건데, 이 잎사귀에 낙서하는 사람이 있나보다.


그래도 하루를 같이 있는데 애들 이름이나 외우자는 생각이 들어 노트를 꺼냈다. 식물원과 관광을 하는 동안 난 노트에 학생 이름과 신체적 특징을 적기 시작했다.


***: 여드름 많다. 얼굴 표정이 늘 미안해하는 듯.

***: 온순해 보이고 살이 쪘다.

***: 모범생 타입. 네모난 얼굴.

***: 살이 쪄서 청바지가 터질 것 같다. 모자를 쓰고 다닌다.

***: 쌍꺼풀 진 눈, 키가 겁나게 크다.

***: 반항적으로 보이는 눈매, 얼룩말 티셔츠.

***: 얼굴이 가냘프고 안경을 꼈으며 몸매가 호리호리.

***: 안경끼고 곱슬머리. 탤런트 스타일이다(정한용?)

***: 괴기영화에 나옴직한 얼굴

***: 딱따구리머리, 검은안경. 동안에 귀여운 스타일....


수시로 난 노트를 펴대고 애들 이름을 공부했다. 모든 애들을 다 안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은 학생의 이름을 외웠고, 애들은 내가 자기 이름을 기억하는 것에 꽤 놀라는 듯했다. 역시나 예습과 복습이 중요한 법, 특징 요약이 어찌나 잘 되었는지 나중에 술자리에서 이걸 문제로 내면서 “누구게?”를 했는데 애들이 다 맞췄다.

선인장과 함께 셀카

난 이상하게 타조만 보면 좋다

쌍용굴에 들어가기 직전


소주는 제주도 소주인 한라산을 마셨는데, 대략 한병 반 정도 마신 것 같다. 4월에 조개구이를 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번에 또 힘차게 카드를 그음으로써 앞으로 오랜 기간 라면을 먹어야 한다. 6월 한달, 바짝 엎드려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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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6-06-04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설란에 낙서해놓은거 못보셨어요? 그 식물원에 가면 조금만 이파리가 넓은 식물에는 온통 벽처럼 낙서가... 정말 혀를 차게 만들죠... (근데 권위적이지 않은 교수로서 만족해하시더니 왜 요즘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회의하는 기미가... )

모1 2006-06-04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에도 낙서를 하는군요. 신기한 일들....에펠탑인가에 한글이 난무한다고는 들었지만...대단한 사람들...그나저나 마태우스님 부럽습니다. 지금 더운데..제주도는 시원하겠죠?

ceylontea 2006-06-04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그렇게 낙서가 하고 싶은 것인지... 다른 사람들은 그 낙서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도 안하겠죠?
쌍용굴 들어가기 직전 사진은 뽀샤시 하게 잘 나왔네요.. ^^

다락방 2006-06-0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렇게 페이퍼에서 마태님을 자주 뵈어서 말예요, 길에서 우연히 만나도 알아볼수 있을것만 같아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힘차게 뛰어가 꾸벅, 인사할게요 :)

비로그인 2006-06-0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산했다고 하시면 꼭 더 불러내고 싶은 이 변태같은 심정은 뭘까요...^^~

2006-06-05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미 2006-06-2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