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리즈로 나온 책은 리뷰를 하나만 써야 옳은 것일까? 같이 출간된 걸 따로따로 리뷰 쓴다는 게 좀 쑥스럽긴 하다. 하지만 오랜 간격을 두고 나온 책이라면 좀 달리 봐야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리뷰를 이런 취지에서 쓴다. 첫째, 리뷰를 쓰면서 내가 읽은 책을 다시한번 정리하려고. 둘째, 책 한권 읽었다고 자랑하려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권의 리뷰를 쓰는 걸 보면 내게 있어서 후자의 목적이 훨씬 더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 하나. 황금양털을 가져온 영웅은 누구인가? 1) 페르세우스 2) 이아손 3) 테세우스
문제 둘. 아리아드네가 도와준 영웅은 누구일까? 보기는 위와 동일함.
정답을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페르세우스 - 방패를 이용, 메두사를 베었다 - 안드로메다 구함
테세우스 -미로에서 미노타우로스 죽임 -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이아손 -황금양털 -메데이아
신화를 읽을 당시에는 이런 것들을 다 아는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덮고 일상에 침잠해 있다보면 모조리 기억에서 사라져, “침대 사이즈에 안 맞는다고 다리를 늘리거나 잘라 버리는 포악한 괴물의 이름이 뭐더라?” 같은 질문에 고통을 받고, 가끔씩 나오는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을 보고는 “이 사람이 뭘 한 사람이지?”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이윤기의 신화 책은 분명 수험생을 위한 건 아니다. 즉, 신 하나가 나오고 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기존의 신화책과는 달리, 한 테마를 주제로 여러 개의 신화가 버무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책은 여타 신화집보다 훨씬 더 재미나다. 예컨대 3권의 ‘은총, 그 자루 없는 칼’이란 장에는 영웅에게 도움을 주고도 버림을 받은 여인네들 이야기가, ‘약속’을 다룬 장에서는 신의를 저버림으로써 벌을 받은 인간들의 이야기가 나와 있다.
신화를 더 재미있게 하는 건 각종 신들간의 얽히고설킨 연결고리다.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는 레다와 백조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데, 이 백조는...바로 제우스였다. 트로이아 전쟁의 싸앗이 되었던 헬레네는 이 형제이 누이동생...(120쪽)]
[케이론과 펠레우스가 친구가 된 건 바로 이 펠리온 산에서였다...펠레우스가 아들 아켈레우스의 교육을 케이론에게 맡기기까지...(184쪽)]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레토의 자식이며, <매트릭스2>에 나온 니오베는 다름아닌 레토의 저주를 받아 자식 열넷을 모두 잃은 비운의 여인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알고 있다면 신화 읽는 게 훨씬 더 재미있을 텐데, 난 그저 “아 그렇구나!” 하며 책장을 넘길 뿐이다.
가끔은 신들의 보복이 지나치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예컨대 여신에게 보답을 안했다고 죽인다든지, 자식 자랑을 했다고 자식들을 다 죽인다든지, 시인에게 시를 지은 대가를 안 치렀다고 왕궁을 무너뜨려 압사시킨다든지 하는 건 분명 지나쳐 보인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알 수 있다. 고대 사람들이 어떤 걸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았는지를. 겸손과 신의가 사라진 요즘 시대에 신화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