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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ㅣ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혀 아닌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베스트셀러엔 뭔가가 있다. 나오자마자 알라딘 종합 1위에 오른 <경제학 콘서트>는 제목에 걸맞게 내용도 훌륭해, 경제에 대한 내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칼럼을 기고하는 사람답게 저자는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 현상들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준다. 경제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 이외에도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나면 뿌듯함이 몰려오는데, 그것 역시 경제학 책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난 의료보험제도의 허와 실을 비롯한 각종 경제학 지식을 알게 되었는데, 까먹기 전에 당장 지인들한테 달려가 써먹고 싶다.
이제부터는 푸념. 테니스를 치는 짬짬이 읽으려고 이 책을 가져갔었다. 친구 하나가 쉬는 동안 이 책을 보더니 내게 이런다.
“왜 이런 책을 읽냐? 이런 책은 절대로 현실에 응용할 수 없어.”(꼭 응용해야 맛인가?)
대답하기 싫어 가만 있었다.
“보니까 영 못쓰는 사람이 썼더만. 이런 거나 읽고 있다니 한심하다, 한심해. 네 인생에 도움되는 걸 읽어.”(도움 될지 안될지 어떻게 알아?)
내가 말했다.
“쉽고 재미있는 경제학 책을 사람들이 좋아하거든. 나도 그렇고.”
“재미도 하나 없더라.(겨우 십분 읽고?) 그리고 이거, 한달만 있으면 다 까먹어.”(히익. 한달이나?)
매사 성실하고 착해 괜찮은 친구인 그는 책에 대해서는 늘 이런 식이다. 학생 때는 책을 꽤 읽었다던데, 결혼 후에 애가 달라졌다. 결혼을 하고 난 어느 날 부인이 자기가 모은 책을 몽땅 버렸단다. 왜 그랬냐고 화를 냈더니 책은 그 자체가 짐이기 때문이란다.
“생각해 보니까 아내 말이 맞더라고. 책이 있으면 집이 깨끗해질 수가 없어.”
깨끗한 집을 위해 책을 버리는 부부라니. 나름의 가치관은 인정해야겠지만 그는 왜 내가 책을 읽는 것까지 간섭하는 걸까. 그런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다른 사람들 주는데 걔만 빼먹을 수는 없으니까-내가 쓴 책을 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야, 니 책 말야. 좀 너무하더라. 도저히 못읽겠어서 20페이진가 읽다가 관뒀어. 내용이 영....”
책을 버리면서 그는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일말의 재미는 물론이고, 타인의 취향에 대한 존중과 친구에 대한 배려마저 몽땅 버린 모양이다. 언젠가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것에 빗대어 이렇게 말해본다.
“집구석에 책이 한권도 없는 친구는 진짜로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