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쓰기의 즐거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대학생 글쓰기 특강>이란 책이 있다. 팔자에 없는 글쓰기 강의를 맡아 글쓰기 관련 책을 여러 권 읽고 있는데, 강준만 선생이 쓴 <특강>은 강의 취지에 딱 맞는 책이다 싶었다. 과연 그 책은 내게 큰 도움을 주었고, 그의 글이 대개 그렇듯 그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글쓰기를 잘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라 “학생들 중 칼럼니스트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역설하는 내게 더 이상 좋은 책은 없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글쓰기와 직접 관련이 없다 싶은 대목이 너무도 많았던 것. 예컨대 블루오션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 놓고 “글쓰기도 블루오션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게 뜬금없다 싶었다.
그 책의 속편 격으로 나온 <글쓰기의 즐거움>은 그런 아쉬움마저 없애준 좋은 교재다. 저자는 학생들의 글에 나타나는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실례를 들어가며 비판하는데, 이건 우리 학생들은 물론이고 나한테도 두루 해당되는 것들이다.
“도발적인 새로움도 없어 속된 말로 안전빵이라는 느낌을 준다.(14쪽)”
모 신문에 글을 쓸 때, 난 내 생각을 쓰기보단 그 신문이 지향하는 가치에 나를 맞추었다. 그러고 보니 <좋은 생각>에 기고했을 때도 그랬었던 것 같다. 기생충을 예로 들면서 부부생활의 아름다움을 찬양했었지.
[잘 모르는 것을 잘 아는 것처럼 써서는 곤란하다... 연세대 교수 신형기는 “어떤 학생이 장 보드리야르가 말하기를...라고 했다”고 썼는데 가만 읽어보니까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쓴 티가 났다(28-29쪽)]
나 역시 보부아르 책을 읽어보지도 않으면서 “여성은 만들어진다”는 말을 숱하게 인용했지 않는가.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의 개념을 알게 된 뒤로 그 말을 써먹을 데가 없을까 엄청 머리를 굴렸었다. 이 문장을 쓰자마자 78쪽에 있는 저자의 말이 떠오른다.
“학생들이 ‘엄청’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건....엄청나게 바람직하지 않다.”
‘엄청’은 물론이고 극단화시키는 말은 되도록 자제해야 하는데, 저자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쓰던 말만 피하면 된다고 얘기한다. 94년 국회 시정연설에서 나온 말들이란다; 확고히, 혼신의 힘을 다해, 결연한,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 획기적인, 막대한, 엄청난, 대폭, 근본적으로, 완벽하게, 강력히, 단호히...
글을 쓰다가 세게 쓰고 싶을 때가 있더라도 김 전 대통령을 떠올리면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
칼럼 쓰는 법 강의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강준만의 책 두권을 읽은 지금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 난, 엄청나게 획기적인 강의를 할 자신감이 확고하다. 그 책 두권 덕분에 근본적으로 완벽한 강의 준비를 할 수 있었으니까. 이런, ‘엄청’을 또 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