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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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료의 <연금술사>가 왜 우리집에 있을까. 요시모토 바나나 스타일의 양장본을 싫어하는 내가 이걸 샀을 리는 없고, 아마도 어머님이 어디선가 얻어 오셨을 거다. 베스트셀러라는 건 나로 하여금 책을 읽도록 동기부여를 해주지 못한다. 역시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같은 저자가 쓴 <11분>을 읽고 코엘료가 나와 안맞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지라 <연금술사>는 는 오래도록 먼지를 맞아가며 내 책장 위에 놓여 있어야 했다.


어제 아침, 읽던 책이 얼마 남지 않을 걸 보고 책장에 갔더니 이 책이 눈에 띈다. 유독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요즘 내가 책을 살 때, 그리고 책 선물을 받을 때 직장으로 배달을 시키기 때문에 집에는 그다지 읽을 만한 책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상대적으로 직장에는 읽히지 않은 채 간택을 기다리는 책들이 내 키만큼 쌓였다). 그렇다고 있는 책을 썩힐 수 없는 노릇, 난 <연금술사>를 가방 안에 챙겨 넣었다.


첫 페이지를 펼친 건 새벽 1시 42분, 서울행 기차에서였다. 그 시각에 내가 기차를 탔다면 필경 술 때문일 테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월요일날 모 대학 강의가 잡혀 있는데, 준비가 덜 끝나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던 것. 간만에 ‘일’로 인해 늦게 가는 건 뿌듯했지만 몸은 무척 피곤했다. 하지만 난 영등포 역에 내릴 때까지 한 순간도 잠들지 않았다. 그 비결은 바로 책 때문, 전에 읽은 책과 달리 이 책은 강력한 흡인력으로 날 빨아들였다. 여기엔 내가 원래 초능력을 가진 인물의 이야기를 좋아했던 탓도 있어서, 양을 치던 산티아고가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자신에게 내재된 능력을 알아 가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다.


꿈을 포기하면 진정한 삶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난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봤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내가 그리던 모습은 분명 아니겠지만, 꿈을 꾸어 본 게 하도 오래 전 일이라 내가 뭘 바랐는가 조차 기억하지 못하겠다. 과거 꿈이 무엇이든 간에 내게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고, 요즘 그러는 것처럼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가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학교에서 잘리지 말아야겠고, 안잘리기 위해서는 논문을 써야 한다. 내 좌우명을 영어로 써보면 이거다. “Survive at School, and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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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열한 느낌이 들어요

월중가인 2006-04-0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엘료를 좋아하지만 11분은 왠지 대충 쓴 느낌이라 싫어해요.

2006-04-09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4-0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연금술사 별로였는데...
지금 읽으면 또 모르겠지만, 일년 전 그 책을 읽었을 때
데미안과 흡사한 느낌이면서 지루하달까... 뭐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 작가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는 좀 괜찮게 봤어요.

가을산 2006-04-10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rvive at school..... 아... 비장하십니다.... ^^;;

검둥개 2006-04-10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좌우명은 반은 또 라틴어네요. ^^
멋지십니다. 호호

해적오리 2006-04-10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장하시군요. 저도 그건데 직장에서 살아남고, 그리고 순간을 즐겨라...
전 연금술사를 가장 먼저 읽었어요. 그거 읽고 괜찮다 싶어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11분, 오자히르 이렇게 읽었는데 연금술사가 개중 젤 나은거 같아요.

Mephistopheles 2006-04-1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야클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학교안에도 승냥이와 이리떼는 넘쳐난다고요..^^
부디 살아남아셔서 즐겁게 현실을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펠릭스 2006-04-1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을 피트니스 클럽서 자전거 타면서 봤는데 매우 재밌게 봤어요.
성경 내용도 좀 나오고 그냥 즐겁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당시 제가 좋아하던 미녀도 이책을 좋아해서 ㅋㅋㅋ

비로그인 2006-04-10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뻔한 반전에도 불구하고,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가 가장 나았더랬습니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는 그저 제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 어느 정도 과대평가된 면이 없잖아 있었고 연금술사'는 마치 초등학교 때 받아든 `생활의 길잡이(도덕교과서의 부속 책처럼 딸려 나오는)'를 읽는 느낌이었더랬습니다.

마태우스 2006-04-1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코엘료가 과대평가되었다는 님의 말씀에 동의하옵니다. 있으면 읽지만 일부러 사서 읽진 않을 것 같습니다. 생활의 길잡이, 그 표현에 추천 드리고 싶네요.
펠릭스님/오오 몸 만들고 계시는군요. 미녀와 취향이 같다는 건 좋은 일이죠. 지금은 어떻게 ?
메피님/논문을 써야 살아남는데 학교 일이 넘 많아서 고민이어요 ㅠㅠ 어째야 쓰겄나....
해적님/그죠? 11분보단 연금술사가 더 낫지요?? 우리 둘 다, 목표를 이룹시다!
검둥개님/보라빛으로 바뀌셨군요 멋지십니다!! 님이 훨씬 멋지다구요!
가을산님/글에만 비장할 게 아니라 실제로도 좀 비장해야 할텐데...요
나를찾아서님/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른 것 같아요. 전 사실 슈퍼맨도 굉장히 좋아했었답니다. 베로니카는 진짜로 죽었나요?
속삭이신 분/편하고 좋은 분 맞습니다. 담에 또 뵈요!
바일라님/대충 쓴 느낌...그래요, 바로 그겁니다!
하늘바람님/코엘료가요??^^

비로그인 2006-04-11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로니카 죽지 않았어요

마태우스 2006-04-11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찾아서님/아아 결심만 하구 죽진 않았군요 역시 주인공은 안죽는다는...^^

2006-04-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제가 드디어 논문을 쓰지 않아도 학교에서 살 수 있는 법을 발견했어요! 님에게는 신약 발명보다 더 좋은 소식이 아닐까 하네요. 언제 한번 보시죠.^^ 아 ... 5월 첫째주에 예약하면 될까요? 꼭 살아남으셔서 키팅 선생님과 같은 위대한 스승이 되시길 바랍네다. Carpe Diem!

마태우스 2006-04-1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님/5월 첫주라뇨.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 전 빨리 알고 싶은데요^^

sayonara 2006-04-1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갠적으론 최악이었는데... 차라리 '갈매기의 꿈'같은 작품들을 한번 더 읽고 말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음... ^^;

마태우스 2006-04-1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아 그러셨군요. 전 갈매기의 꿈을 안읽었거든요.^^ 뭔가 있는 것 같으면서 아무것도 없구나, 싶은 마음은 들었어요. 여기서 교훈을 얻거나 그럴 마음은 없었어요. 하지만 재미는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