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책이 다 있는 경우, 난 먼저 택한 매체가 무조건 더 재미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피터팬>의 재미를 뒤늦게 본 영화가 따라갈 수 없듯이, 책으로 먼저 읽은 <오만과 편견>이 동명의 영화보다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오만과 편견에는 스펙터클한 장면이 없어서 영화로 만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오만한 말도 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 편견은 모조리 잘못된 것이었다. 불과 보름 전에 <오만과 편견>을 책으로 읽어서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기억에 생생한데도, 영화의 재미는 책의 그것을 훨씬 능가했다. 책을 읽을 때는 짜증스럽게 느껴지던 어머니의 경박함이 영화 속에서는 어찌나 재미있고 귀엽던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하는 사촌 콜린스도 그에 못지않는 웃음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스티븐 킹은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게 좋은 소설의 첩경이며, 사람 얼굴을 세밀하게 묘사한 소설을 보느니 아예 모델이 나온 화보집을 보는 게 낫다고 했었다. 하지만 마을에서 가장 예쁘다고 소문난 맏딸 제인의 미모나, 그보단 덜하지만 역시나 아름다운 엘리자베스의 외모를 막연히 상상하는 대신, 영화 속에서 실물을 보니까 속이 탁 트인 듯했다. 특히 <러브 액츄얼리>에 나왔다는 키이라 나이틀리는 어쩜 그렇게 엘리자베스 역에 어울리는지, 캐스팅을 맡은 제작진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여자....
영화에서 보듯이 그 당시의 영국에서는 시집 안간 노처녀가 있다는 게 우환으로 여겨지고, 결혼할 때 신분이 비슷한 사람끼리 하는 게 통례였나 보다. 그로부터 200년이 흐른 우리 사회는 그때보다 얼마나 진화했을까?